현실로 다가온 올림픽 '1년 연기'…태극전사, 목표 수정 불가피
아베-바흐, 1년 연기 합의…'2020년'만 보고 뛴 선수들 '허탈감'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설만 무성하던 2020 도쿄올림픽의 '1년 연기'가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7월 열릴 예정이던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자고 제안했고, 바흐 IOC 위원장도 이에 동의해 의견 일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도쿄올림픽을 주관하는 IOC의 최고 수장과 일본 정부 내각 수반이 늦어도 내년 여름까진 올림픽을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사실상 올림픽 1년 연기가 확정됐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출범한 이래 124년 만에 전쟁이 아닌 전염병 때문에 올림픽이 연기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하계올림픽은 그간 전쟁의 포화가 지구촌을 덮친 1916년(1차 세계대전), 1940년·1944년(이상 2차 세계대전) 딱 세 번만 제때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을 피하고자 외출, 외박도 하지 못하고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IOC의 발표만을 기다리던 태극전사들은 어쩔 수 없이 궤도를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올림픽이 연기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올해 열리기로 예정된 도쿄올림픽만을 바라보고 4년 '사이클'에 맞춰 구슬땀을 흘려 온 선수와 지도자들은 불가항력으로 목표를 1년 후로 미뤄야 해 컨디션 조절과 대비책 마련에서 대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19일 바흐 위원장이 주재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와의 화상회의에서 "우리는 감염병으로부터 선수의 안전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고 설명하고 "도쿄올림픽 출전권 문제도 우리나라 선수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공정하게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유럽과 미주 지역의 NOC와 선수들이 건강과 안전 보장을 강하게 요구한 만큼 올림픽 연기를 비롯한 IOC의 여러 시나리오 검토 작업을 지지하고 IOC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취지였다.
IOC는 애초 4주 이내에 올림픽 연기 등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23일 밝혔지만, 더 신속하게 결정하라는 여러 나라 선수와 NOC의 압박에 직면하자 그제야 올림픽 강행 의사를 접었다.
이어 NOC를 상대로 다시 한번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각 나라의 사정을 청취한 뒤 이날 아베 총리와의 전화 통화로 1년 연기라는 대전제에 합의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진 올림픽을 열 수 없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기에 1년 연기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이미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고 오는 7월 24일 개막만을 기다려 온 태극전사들은 허탈감을 쉽게 지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까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딴 각 종목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은 19개 종목의 157명이다.
선수단 규모를 볼 때 선수와 지도자를 합쳐 333명이 출전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약 84%가 올림픽 AD(경기장·선수촌 출입증)를 확보했다.
여기에 여자 축구, 남자 핸드볼, 유도 선수들이 차례로 올림픽 출전권을 노리던 와중이었다.
도쿄올림픽에 1만1천명의 선수가 참가한다고 볼 때 57%가 출전권을 이미 따냈고, 43%가 티켓 경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이에 비춰보면 한국 선수단은 비교적 일찍 출전권을 많이 확보한 셈이다.
신치용 선수촌장은 "코로나19로 선수촌에 갇혀 살게 된 선수와 지도자들이 올림픽 연기 소식에 더욱더 흔들려 훈련 집중도가 많이 떨어졌다"고 최근 선수촌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안전을 위해 올림픽이 연기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삼은 나이 많은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적지 않아 1년 연기도 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체육회는 IOC가 1년 연기를 최종 확정하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앞으로 진천선수촌의 운영 방안을 새로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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