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는 '유쾌한 태풍씨'…"인생 후반은 방송인으로 뛸래요"
2009년 프로농구 데뷔, 화려한 개인기와 재미있는 말솜씨로 인기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다른 직업보다 즐겁지 않을까요, 농구는 맨날 해서 지겨워요."
프로농구 서울 SK의 전태풍(40·180㎝)이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던졌다.
24일 프로농구 2019-2020시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도에 종료를 선언하면서 전태풍의 '농구 인생'도 함께 막을 내렸다.
2009-2010시즌 전주 KCC에서 데뷔한 전태풍은 그의 이름 '태풍'처럼 국내 프로농구 코트에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토니 애킨스라는 영어 이름을 가진 그는 어머니가 한국 사람인 혼혈 선수다.
미국에서도 농구 명문으로 꼽히는 조지아공대를 나온 그는 데뷔 전부터 팬들의 기대가 컸다.
전태풍은 첫 시즌부터 화려한 개인기와 정확한 외곽포, 돌파 능력 등을 두루 뽐내며 단숨에 리그 정상급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고양 오리온스, 부산 kt를 거쳐 2015-2016시즌 다시 KCC에 복귀한 그는 2019-2020시즌을 앞두고 SK 유니폼을 입으며 '마지막 시즌'을 선언했다.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된 2월 29일 인천 전자랜드 전에서 전태풍은 경기 종료 직전 약 8m 가까운 장거리 3점포를 터뜨리며 자신의 농구 인생 '최후의 슛'을 던졌다.
시즌 도중 정규리그가 끝나며 '강제 은퇴'가 확정된 전태풍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실 3주 전에 리그가 일시 중단될 때 그대로 시즌이 종료될 것 같은 느낌이 왔다"며 "그래서 오늘 종료가 확정됐어도 큰 충격은 안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 전화가 계속 와서 제때 못 받고 있다"고 양해를 구하며 "오늘 리그 종료 소식을 듣고 난 후에는 '아, 그래' 정도의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KBL에서 10시즌을 뛰면서 최고의 순간으로는 역시 KCC 유니폼을 입고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2010-2011시즌을 꼽았다.
그는 "그때 시즌 초반에 8등까지 떨어져서 부진했다"며 "그래도 중간부터 갑자기 확 올라가고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시즌을 SK에서 보낸 소감을 묻자 전태풍은 "제가 팀에서 장난을 많이 치면서 선수들이 다 가까워진 것 같다"고 웃으며 "김선형, 최성원 등이 빠졌을 때 제가 들어가서 안정감을 주는 역할이었다"고 자평했다.
화려한 개인기와 약간은 어눌한 한국어 구사 능력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그는 '주위에서 1년 더 하라고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그런데 그냥 미안해요"라고 현역 연장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전태풍은 "너무 오래 해서 이제 힘들고 나이도 있어서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해야죠"라며 "다른 계획이 없다면 제게 너무 잘 대해준 SK와 재계약할 수도 있겠지만 벌써 다른 약속이 있어서 그 부분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가 밝힌 '다른 약속'은 바로 방송 진출이다.
'벌써 매니지먼트 회사가 있느냐'는 물음에 "아직 없는데 지금 만나보는 중"이라며 "'아내의 맛' 등 TV 프로그램에도 몇 번 나갔다"고 소개했다.
전태풍은 "(방송이) 다른 직업보다 즐겁다"며 "지도자 기회는 작년에 KCC에서 은퇴했으면 좀 있었겠지만 이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말씀을 워낙 재미있게 잘하시니 방송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덕담에 "감사합니다. 노력 열심히 해야죠"라고 답한 뒤 "전태풍 팬 여러분, 10년 넘게 고생 많이 하고, 저에게 엄청 열심히 잘 응원해줘서 더 행복하고, 더 열심히 뛰었어요"라고 인사했다.
전태풍은 "팬들의 그런 마음이 매우 고맙고, 이제 저도 (인생의) 첫 번째 파트가 끝나고 후반을 시작해야 한다"며 "똑같이 응원해주시고, 저도 재미있는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정들었던 코트를 떠나는 유쾌한 소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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