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실명한 호주 골프 유망주 제프 관, 사고 1년 만에 재기(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경기 중 공에 맞아 왼쪽 눈을 실명한 호주 골프 선수 제프 관(21)이 사고 1년 만에 재기의 날개를 폈다.
관은 4일 호주 멜버른 로열 멜버른 골프 클럽(파71·7천87야드)에서 열린 DP월드투어 크라운 호주오픈(총상금 200만 호주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를 묶어 4오버파 75타를 쳤다.
썩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관이 걸어온 발자취를 살펴보면 결코 무시할 스코어가 아니다.
관은 호주 아마추어 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는 등 호주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던 선수였다.
그러나 2024년 9월 호주에서 열린 오픈 대회 프로암 이벤트에서 끔찍한 사고를 겪으면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당시 관은 프로암 파트너가 친 공에 왼쪽 눈을 맞아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관은 헬기를 타고 캔버라의 병원으로 이송돼 1차 수술을 받았고, 시드니에서 2차 수술을 했으나 끝내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관은 지난 달 폭스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공을 치려고 움직이다가 정신을 잃었다"며 "통증이 매우 극심했던 기억만 난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 후 6주 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퇴원 후에도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수술 부위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 의료진 권고 때문이었다.
관은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한동안 집에서만 생활했는데, 골프를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은 용기를 잃지 않았다.
그는 "당시 수많은 선수가 응원해줬다"며 "특히 애덤 스콧, 이민우(이상 호주) 등 유명한 선수들도 연락해줬다. 회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관은 2차 수술 3개월 후 다시 클럽을 잡고 칩샷과 퍼트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클럽이 매우 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재기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았으나 계속 훈련하니 자신감이 생기더라"라고 밝혔다.
관은 의료진 권고에 따라 비디오 게임 등을 통해 일련의 시력 재활 훈련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전 세계의 시각 장애 골프 선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오른쪽 눈을 가늘게 뜨고 햇빛의 흐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린에선 발로 밟으며 경사와 굴곡을 파악하는 방법을 썼다.
관은 사고 후 11개월 만인 지난 8월 호주 PGA 투어를 통해 필드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번 DP월드투어 크라운 호주오픈에서 자신을 응원했던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와 함께 섰다.
관은 "동료들의 응원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며 "DP월드투어나 미국 PGA 투어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지만, 지금은 호주 일정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엔 PGA 투어에서 뛰는 김시우도 출전했다.
세계랭킹 54위인 김시우는 이번 대회를 통해 2026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받을 수 있는 연말 세계랭킹 50위 진입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