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박성제 기자 = 1928년 부산 최초 공설 운동장으로 건립된 구덕운동장을 축구전용구장과 체육시설, 문화·업무시설, 아파트 등으로 재개발하는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는 서구 주민들이 아파트가 포함된 재개발에 반대하고 부산시가 신청한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이 국비를 지원하는 국토교통부의 국가시범지구 공모에 29일 최종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에 대한 의견과 국가 공모사업을 통해 부지 일부에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법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저금리 자금 조달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30일 오후 향후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여론조사는 서구 주민 500명과 부산 시민 500명을 모집단으로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30일 오전까지 진행된다.
지역 주민의 반대 목소리가 확산하고 정치권까지 반대 여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부산시의 여론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시가 추진한 기존 사업계획은 폐기되거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부산시가 추진한 구덕운동장 도시재생혁신지구는 7천990억원을 들여 구덕운동장 일대 1만1천577㎡ 부지에 1만5천석 규모 축구전용 구장, 문화·생활체육시설, 상업·업무시설, 주상복합시설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었다.
시는 주민 반발을 고려해 아파트 건립 규모를 기존 49층 850가구에서 36층 600가구로, 사업비는 기존 7천990억원에서 6천641억원으로 각각 축소했다.
이번에 국토부가 주관하는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에 구덕운동장 재개발이 탈락한 이후 부산시가 다시 공모에 신청을 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부산시가 주민들의 요구대로 아파트를 배제할 경우 국비, 시비, HUG 기금 등으로 구성된 사업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국토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에 선정된 서울 가리봉동과 인천 화수부두 모두 신규 주택 공급을 포함하고 있어 아파트를 뺀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250억원의 국비가 지원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에 따라 구덕운동장 재개발을 국비 지원없이 시비로만 추진할 경우 부산시 숙원사업인 축구전용구장 건립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과 주민들은 구덕운동장 재개발의 국토부 공모 탈락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곽규택 국회의원(서구)은 "주민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구덕운동장 개발사업은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해당 부지 일대가 체육시설로 지정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공공성 개방성 역사성에 핵심을 두고 충실히 계획을 세워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부산시는 체육공원 훼손과 아파트 건설을 포함하는 퇴행적 사업안에 반대하는 주민과 여야 정당들의 반대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며 "아파트 건설과 공공부지 매각을 전제로 하는 사업안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