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많이 울었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25일 강원도 춘천시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 최종일 역전 우승을 차지한 박지영은 5월 갑작스러운 맹장염으로 수술받고 한 달 동안 필드를 떠났다가 복귀했다.
맹장염에 걸리기 전 7개 대회에서 2승을 거둬 상금, 대상 포인트, 평균타수 등에서 1위를 달리던 박지영에게는 더없이 아쉬운 일이었다.
복귀했을 때는 이미 이예원이 3승을 거둬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로 나섰고 이어 박현경도 3승 고지에 오르며 박지영은 순위에서 한참 밀렸기 때문이다.
박지영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생각보다 회복이 느려 많이 울었다"면서 "수술 열흘 뒤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코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 것 같았다. 운동을 해도 나아지지 않아 매일 좌절했다"고 당시의 답답했던 심경을 털어놨다.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나아졌다"는 박지영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지영은 필드 복귀 후 비거리가 15m가량 늘어서 그린 공략이 좀 더 편해졌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체중도 조금 늘었고 힘을 더 효율적으로 쓰다 보니 비거리가 늘었다"는 박지영은 "그러나 이번 대회는 비거리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셋업을 할 때 좀 더 가깝게 섰고, 빨라지는 스윙이 나오지 않도록 천천히 템포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박지영은 "한화 클래식은 상금이 많고 코스 세팅이 어렵다. 그동안 이 코스에서 잘 치지 못했던 터라 꼭 한번 우승하고 싶었다"면서 "우승 욕심보다는 내 스윙 템포만 지키자는 마음이었는데 우승했으니 다 만족스럽다"고 환하게 웃었다.
올해가 벌써 KLPGA 투어 10년째인 박지영은 "노력도 많이 했지만 작년부터 선수회장을 맡으면서 감정을 앞세우던 성격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성장했다. 이런 정신적 성장이 경기 때도 내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박지영은 선수회장을 한 번 더 맡으라는 권유에는 "다른 선수한테도 이런 정신적 성장 기회를 줘야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박지영은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1위 박현경과 375만원 차이 나는 2위로 올라왔고, 대상 포인트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간격의 2위가 됐다.
2015년 신인왕 말고는 이렇다 할 개인 타이틀을 차지해본 적이 없는 박지영은 "대상이나 평균타수 1위가 욕심난다. 작년에는 9월 이후에 샷이 좋지 않았다. 올해는 작년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컨디션 조절도 잘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남은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개인 타이틀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승 정도는 더 하고 싶다. 곧 다가오는 KB금융 스타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