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허일영은 프로농구에서 '나이 서열' 3위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함지훈이 1984년생으로 올 시즌 최고 연장자다.
그다음이 서울 SK의 양우섭과 허일영이다. 둘 다 1985년생이지만 양우섭이 생일이 더 빠르다.
어느새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 된 허일영이지만 아직 '손끝'은 살아있다.
지난해 12월 초 부상으로 이탈한 허일영은 이달 들어 코트로 돌아왔다.
지난 10일 안양 정관장과 홈 경기에서 17점을 올린 그는 11일 서울 삼성과 원정 경기에서는 28점을 폭발했다. 장기인 3점도 5방을 터뜨렸다.
프로농구에서 15번째 시즌을 보내는 허일영은 프로 선수라면 자신감을 갖고 코트에 나서야 한다는 지론을 밝혔다.
삼성을 80-70으로 따돌린 직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일영은 "나도 자신감이 없을 때는 안 들어간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일단 던져야 한다"며 "못 던지는 선수라면 뛰지 않고 벤치에 앉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허일영은 "나도 이제 연차가 있어서 다른 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누구든지 잘 들어갈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구분된다"며 "안 들어갔는데도 자신감 있는 선수가 있고, 그 전 슛을 넣었는데도 쭈뼛대는 선수가 있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들어가면 (벤치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던지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영은 자신감 있게 실전에서 슛을 쏘는 선수로 동료 오재현을 꼽았다.
오재현은 프로 입성 직후부터 슛이 약하다고 지적받았다. 다른 선수와 달리 몸을 틀어서 쏘는 독특한 슛 자세를 보유한 터라 교정할 수 있지 의구심 섞인 시선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올 시즌 'SK 대표 슈터'로 올스타전 3점 콘테스트에 나선 선수가 바로 오재현이었다.
오재현은 3점 콘테스트 예선에서 13명 가운데 4명에게만 주어지는 결선행 티켓을 따내며 '슛이 약하다'는 딱지를 보란 듯이 떼어 냈다.
허일영은 "재현이가 (자신감 부족을) 잘 극복한 것 같다. 콘테스트에서도 슛을 쏠 때 자신감이 생긴 게 보이더라"라고 칭찬했다.
독특한 오재현의 슛 자세를 두고는 "난 자세는 신경 쓰지 않는다. 미국프로농구에서도 슛 자세가 좋지 않은데 잘 들어가는 선수가 많다"며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흔까지만 선수로 뛰고 싶었다는 허일영은 기존 목표를 수정했다고 한다. 그는 문태종의 기록을 넘본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슈터 문태종은 2010-2011시즌부터 한국 프로농구에서 뛰기 시작해 2018-2019시즌까지 9시즌을 활약했다. 43세까지 뛰었다.
허일영은 "몸 관리만 잘하면 문제없을 것 같다. 그때도 경쟁력이 있다면 뛰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있다"며 "이제 나이가 많다고 예전처럼 팀에서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전희철) 감독님도 나이로 판단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힘들긴 하다. 경기 다음 날 허리부터 온몸이 쑤시는 느낌이 든다"면서도 "욕심부리지 않고, 부상 없이 뛴다면 나를 찾는 팀이 있을 것이고 그렇게 1년씩 더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