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연기된 마스터스 10월 개최설 왜?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연기한 마스터스 골프 대회가 10월에 열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마스터스 10월 개최설의 진원지는 마스터스 개최지인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숙박업소 10월 예약 홍수다.
AP통신은 오는 10월 오거스타 지역 호텔 등 숙박업소에 예약이 꽉 찼거나 숙박비가 엄청나게 오르는 현상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오거스타는 조지아주는 마스터스가 아니라면 외지인이 올 일이 없는 곳이다. 관광지도 아니고, 산업이 발달해서 비즈니스 출장자가 많이 오는 곳도 아니다.
오거스타에 사람이 몰리는 때는 오로지 마스터스 대회 기간뿐이다.
해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 초에는 오거스타 지역 호텔 방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다. 방값도 평소보다 엄청나게 오른다.
오거스타 주민들은 마스터스 기간에 집을 민박으로 내놓거나 집 마당을 주차장을 빌려줘 짭짤한 수입을 올린다.
마스터스가 기간에 집을 민박으로 내주고 온 가족이 휴가를 가도록 지역 학교도 쉰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10월에 호텔 예약이 몰린다는 사실은 마스터스 10월 개최설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는 뜻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10월 개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서둘러 호텔 예약에 나섰다는 뜻이다.
사실 10월은 연기된 마스터스를 열기에는 딱 좋을 때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유명한 유리알 그린에는 벤트 그래스 잔디를 깔았다.
벤트 그래스를 심은 그린은 빠를 뿐 아니라 예민해서 선수의 퍼트 실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변별력에서는 최고다.
벤트 그래스 잔디는 더위에 약하다. 한여름이면 덥고 습도가 높은 이 지역에서 그린을 벤트 그래스 잔디로 만든 곳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버뮤다 그래스를 심는다.
벤트 그래스 그린 때문에 오거스타 내셔널은 여름이면 아예 문을 닫는다. 마스터스가 지금까지 4월에 대회를 열어온 것도 벤트 그래스 그린이 최상의 컨디션일 때 대회를 치른다는 원칙 때문이다.
여름의 열기가 가시는 9월쯤이면 그린은 살아나지만 페어웨이가 문제가 된다. 버뮤다 그래스를 깐 페어웨이는 야간에 기온이 뚝 떨어지는 9월이면 녹색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4월에 보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아름다운 풍광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맘때면 페어웨이를 다시 녹색으로 돌리려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단년생 한지형 잔디, 즉 겨울에도 잘 자라는 라이 그래스 잔디를 페어웨이에 덮어 식재한다.
이렇게 버뮤다 그래스에 덮어씌운 라이 그래스 잔디가 페어웨이를 녹색으로 뒤덮는 때가 10월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일정을 고려해도 10월 개최가 답이다.
PGA투어는 8월 31일에 투어 챔피언십을 끝으로 2019-2020시즌을 마감한다.
9월에 시작하는 2020-2021시즌은 정상급 선수들은 많이 출전하지 않는다.
마스터스가 열린다면 가장 유력한 10월 둘째 주에는 아직 발표는 되지 않았지만, PGA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스와 겹친다면 흥행에 타격을 입기는 하겠지만 선수들은 큰 불만이 없을 공산이 크다.
마스터스에는 어차피 100명 남짓한 선수가 출전하고, 마스터스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 출전하면 된다.
같은 기간에 유럽프로골프투어 이탈리아 오픈이 예정되어 있다.
뭐든지 하고 싶은대로 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권세를 고려하면 이탈리아 오픈은 큰 걸림돌은 아니다.
2019-2020시즌 대회에 포함되는지, PGA투어 상금 랭킹에 반영되는지 여부 등 복잡한 문제가 따르지만, 어차피 마스터스는 PGA투어와 다른 존재라고 여기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태도라면 마스터스 10월 개최는 상당히 유력한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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