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유럽 축구협회 10곳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고통받은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공동성명을 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FA 등 10개국 축구협회는 성명을 통해 "FIFA는 월드컵 노동자와 관련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겠다고 반복적으로 약속했다"며 "우리는 FIFA가 이를 이행하도록 계속 압박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두 가지 사안이란 월드컵 준비 과정 중 고통받은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고, 수도 도하에 이주 노동자 지원 센터를 건립하자는 제안이다.
카타르는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이주 노동자를 가혹한 근로 환경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해 카타르가 월드컵을 유치한 이후 10년간 인도·파키스탄·네팔 등지에서 온 노동자 6천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노동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가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카타르 측은 그간 대책 마련에 힘써왔다고 반박 중이다.
문제가 된 외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책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했고, '카팔라' 등 착취적 노동 제도도 폐지했다는 입장이다. 카팔라는 외국인 노동자가 고용주 승인을 받아야만 이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악명 높은 노동 환경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 10개국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를 인용, 이런 노력 덕에 최근 카타르가 노동 여건상 진전이 이뤄낸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ILO는 지난달 말 보고서를 내고 2018년 4월부터 4년간 카타르 노동 환경 변화를 따져봤다. ILO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카타르가 수십만 노동자의 여건을 향상했다고 시인했다.
다만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이런 개선은 인정하지만, 월드컵 총상금과 같은 규모인 4억4천만달러(약 6천178억원) 상당의 노동자 지원 기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타르는 이런 기금 마련안을 두고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싸니 외교장관은 6일 방송된 영국 뉴스 채널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미 (보상 기금) 3억5천만달러(약 4천931억원)가 투입됐다"며 "기금 집행에 문제가 있으면 얘기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성명에는 잉글랜드 외 벨기에,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웨덴, 스위스, 웨일스의 축구협회가 동참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을 빼면 모두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다.
이들 국가는 모두 지난해 6월 UEFA가 카타르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설립한 노동, 인권 분야 조사 실무단의 회원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