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격언처럼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터가 경기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는 의미다.
선수 시절 '컴퓨터 세터'로서 누구보다 그 의미를 잘 아는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유독 이번 시즌 개막을 걱정했던 이유다.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 차례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주전 세터를 하승우에서 황승빈으로 교체했다.
'거포'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안드리치)와 재계약했지만 세터 황승빈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대포알은 '오발탄'이 될 수도 있었다.
신 감독이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OK금융그룹과의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안드리치와 세터의 높이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며 "준비가 덜 됐다. 첫 경기를 미루고 싶은 생각도 교차한다"고 공개적으로 걱정을 털어놓은 배경이다.
그러나 황승빈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세트 성공률 55.4%를 기록해 신 감독의 근심을 날려버렸다.
그의 지휘 아래 안드리치는 20득점으로 펄펄 날았고 나경복과 송희채도 각각 10득점을 내는 등 삼각 편대가 고른 활약을 보였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황승빈은 덤덤해 보였지만 그간 마음고생의 흔적을 다 숨길 수는 없었다.
황승빈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연습한 만큼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들어갔다"며 "경기가 잘 풀려서 부담감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어쩌면 당사자로서 안드리치와의 호흡 문제를 가장 걱정했을 터다. 그는 "감독님이 걱정하시는 만큼 저희도 공감했던 부분"이라며 "시즌 준비를 하면서 호흡이 삐걱거려 내심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날 경기로 자신감을 얻었다.
황승빈은 "제가 올리는 공의 높이와 안드리치가 잘 때리는 공의 높이가 차이가 있다"면서도 "조금 높게 올리는 것은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에서도 (제가) 잘 올려줬고 (안드리치가) 잘 때려줬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