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초보' 남기일 감독 "축구에만 집중…소중한 시간이죠"
"외부 나가기 어려운 상황, 답답하지만 선수들 헌신…수비 조직력 다듬기 주력"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예전부터 조용한 곳에서 원하는 선수들만 데리고, 다른 생각 없이 훈련만 열심히 하고 경기에 매진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주에서 실제 그런 생활을 하고 있네요. 행복하고 소중합니다."
제주도의 유일한 '프로스포츠 구단'인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은 지 두 달 남짓. 남기일 감독은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12일 전화로 만난 남 감독은 "훈련을 통해 전술적으로 세밀하게 다듬고,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아는 시간도 많이 갖고 있다. 언제 리그가 시작될지 모르겠지만, 상황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팀 사상 첫 강등의 아픔을 딛고 남 감독과 함께 새 출발한 제주는 1월 21일부터 태국 치앙라이에서 3주가량을 보내고 돌아온 뒤 제주에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태국을 다녀온 이후엔 사실상 '육지'로의 이동이 막혔다. 다른 팀도 사정이 마찬가지겠지만, 제주가 느끼는 고립감은 특히 심할 수 있다.
남 감독은 "외부로 나갈 수 없으니 선수들이 답답한 부분은 있겠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자 다들 헌신하고 있다"면서 "클럽하우스 소독, 외부인과의 접촉 자제 등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며 조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제주에 처음엔 그런(지리적 특성에 대한) 생각을 갖고 왔는데, 막상 훈련에 열중하다 보니 '갇혀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면서 "선수들과 함께 축구만 생각하는 좋은 환경이다. 미뤄지는 시간은 발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 감독은 리그가 진행 중이라는 전제로 훈련과 '가상 실전'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연습경기 상대를 구하기 어려워 자체 연습경기에 의존해왔지만, 이번 주말께부터는 제주에 들어오는 일부 대학팀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현재까진 최고참 정조국을 비롯해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대체로 잘 따라와 주고, 올라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남 감독은 100% 만족하지는 않았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축구고, 팀은 만들수록 문제점이 나온다. 시즌 전에 문제점이 나타나는 건 긍정적"이라면서 "수비에서 상대에게 기회를 내주는 부분, 유기적인 플레이와 대처 능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팀을 맡고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골이 많이 나는 축구'를 일성으로 밝혔던 그는 "그 부분에선 가능성이 보인다"면서 "수비 조직력 부분만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부리그에서 뛰던 지난 시즌 전력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정조국, 주민규, 김영욱, 윤보상 등 보강에도 박차를 가하며 제주는 이번 시즌 K리그2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1·2부를 오가며 2차례 승격을 일궈낸 남 감독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 감독은 "이번 시즌은 감독들이 많이 바뀌고 뜻하지 않은 (개막 연기) 상황도 생겨서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다"면서 "저희는 하루하루 실전 같은 훈련을 통해 팬들이 즐거워하는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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