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속 탈삼진쇼' 김진영, 날개 달았다…투구폼 수정 효과 톡톡
미국프로야구 시카고 컵스 거친 해외파…돌고 돌아 재기에 성공
정민태 투수코치 "백스윙 간결하게 수정…핵심 불펜으로 발돋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찬란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불펜 투수 김진영(28) 이야기다.
해외파 출신의 김진영은 타자가 투수를 압도하는 '타고투저'(打高投低)의 2020시즌 KBO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5경기에 불펜 투수로 등판했는데 기록이 인상적이다.
4⅓이닝 동안 실점은 물론 단 한 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14명의 타자를 상대로 탈삼진을 무려 9개나 기록했다.
최근 KIA 타이거즈와 두 경기가 백미였다.
김진영은 13일 KIA전 3-4로 뒤진 7회에 등판해 상대 팀 간판타자 최형우와 나지완, 유민상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다음날 KIA전에서도 삼진 쇼가 계속됐다.
4-1로 앞선 8회 등판한 김진영은 한승택과 최원준, 박찬호를 모두 삼진 처리했다.
6명 상대 6탈삼진. 김진영이 이틀 동안 세운 기록이다.
일반 팬들에겐 생소하지만, 김진영은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최고의 유망주였다.
덕수고 재학 시절 프로 선수 못지않은 제구력을 발판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2010년 한국 선수로는 역대 7번째로 많은 12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다.
이때부터 김진영의 이름은 야구팬들의 뇌리에서 희미해졌다.
그는 미국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팔꿈치 부상 등에 발목 잡히며 번번이 무너졌다.
결국 김진영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국내 생활도 쉽지 않았다. 그는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생활을 하며 2년의 세월을 보냈고, 늦은 나이에 신인드래프트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한화에 입단했다.
KBO리그에서의 성적은 처참했다. 2017년 3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0.13, 2018년엔 4경기 출전 평균자책점 7.94에 그쳤다.
지난 시즌엔 4패 평균자책점 4.05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당장 방출해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한화는 김진영이 가진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정민태 한화 투수코치는 14일 통화에서 "(김)진영이의 성적은 나빴지만, 문제점을 고치면 충분히 프로에서 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전까진 투구할 때 백스윙이 컸고, 오른팔이 옆으로 떨어지는 경향이 짙었는데 비시즌 기간 이런 점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투구폼을 바꾼 김진영은 날개 단 듯 무섭게 변신했다. 구속은 직구 구속은 140㎞ 중반으로 올라갔고, 제구가 잡혔다.
특히 서클 체인지업 등 종회전 변화구가 좋아졌다. 손목의 힘으로 강하게 공을 채서 회전수를 끌어 올렸다.
김진영은 "정민태 코치님이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고, 박정진 코치님은 멘털 관리에 큰 힘이 됐다"며 "오랫동안 부진했는데, 이젠 즐겁게 내 공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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