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포' 민병헌 "감독님 주문대로 망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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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포' 민병헌 "감독님 주문대로 망설이지 않았다"

메이저 0 515 2020.05.13 23:33
                           


'끝내기포' 민병헌 "감독님 주문대로 망설이지 않았다"

"프로 15년 차에 이런 자율야구는 처음"







(부산=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민병헌은 9회 말 타석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고 했다.

앞서 9회 초 두산 베어스의 오재일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하면서 팀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직후였다.

다시 분위기를 살리려면 선두타자 출루가 필요했다.

타석에 들어서는 그 짧은 순간에 민병헌의 머리는 투수와의 수 싸움으로 복잡하게 뒤엉켰다.

하지만 타석에 들어서자 자기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 민병헌은 두산 마무리 이형범의 초구 슬라이더에 냅다 배트를 휘둘렀다.

밤하늘을 가르며 쭉쭉 뻗어 나간 타구는 그대로 오른쪽 스탠드에 꽂혔다.

민병헌의 마수걸이 홈런이자 롯데에 10-9 승리를 안긴 짜릿한 끝내기 홈런이었다.

경기 뒤에 만난 민병헌은 "무슨 공을 쳤는지 기억이 전혀 안 난다"며 "선두타자라서 기다릴까 생각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휘둘렀는데 넘어가더라"고 얼떨떨해했다.

그는 "나같이 1천300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도 오늘같이 중요한 상황이 되면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정신없이 할 때가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다. 반대로 머리가 복잡하면 결과가 안 좋더라"며 웃었다.





초구부터 휘두른 민병헌의 과감성은 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허문회 감독이 끊임없이 강조해왔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민병헌은 허 감독이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민병헌은 "선두타자인 만큼 타석에 걸어서 들어갈 때까지 초구를 기다릴까, 스윙해볼까, 어떤 공이 들어올까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하지만 감독님께서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야구를 하자고 강조하신 점이 생각나서 초구부터 휘둘렀는데 홈런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을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율"이라며 "그래서 선수 본인이 자신의 장단점을 스스로 분석하고 자기가 부족하면 코치진에게 다가가게 만든다.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진 게 좋다"고 말했다.

민병헌은 "프로 15년 차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생소했다"며 "훈련량도 많지 않아서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우리도 모르게 이런 힘이 생긴 것 같다"고 자평했다.

허 감독의 자율 야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지난해 최하위 롯데는 6승 1패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민병헌은 "올 시즌 순위 예상은 아직 못하겠다"며 "어쨌든 시즌 중반까지 가봐야 알 것 같다. 그때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면 도전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오늘 꼭 이기고 싶었는데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었다"며 선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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