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21억원' 박철우 "고액 연봉 책임감…이태호 성장 지원"

"삼성화재 관계자, 팬들께 고마운 마음…한국전력 유니폼 예쁘네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박철우(35·한국전력)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발표를 앞두고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잠시 긴장했다.

"검고 붉은 색이 내게 어울릴까."

10년 동안 푸른색 삼성화재 옷을 입었던 그는 처음으로 한국전력 유니폼을 착용한 뒤 거울을 보고 안도했다.

박철우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전력 관계자분께 유니폼을 받기 직전까지도 내가 긴장했다. 그런데 거울을 보니까, 걱정했던 것보다 잘 어울리더라"라고 웃으며 "한국전력 팬, 삼성화재 팬들께서도 낯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박철우와 연봉 5억 5천만원, 옵션 1억 5천만원, 계약 기간 3년의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3년 최대 21억원'의 역대 FA 공식 최고 대우다.

박철우는 매 시즌 최대 7억원을 받는다.

그동안 프로배구 남자부 공식 최고 연봉이었던 한선수(대한항공)의 6억5천만원을 뛰어넘은 금액이다.

박철우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프로 선수에게 연봉은 자존심이자, 책임감이다. 구단에서 높은 연봉으로 내 가치를 책정했고, 공개도 했다"며 "내가 그만큼 가치 있는 선수라는 걸 코트 안팎에서 보여드려야 한다. 모든 면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철우의 장인이자 전설적인 배구 명장 신치용 진천 선수촌장도 FA 계약을 한 사위에게 "선수는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절대 안주하지 말고, 팀을 위해 헌신하라"라고 조언하며 박철우의 새로운 도전을 존중했다.







한국전력은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V리그에서 손꼽히는 경쟁력을 갖춘 박철우에게 거액을 투자했다.

박철우는 통산 5천681점으로 V리그 개인 통산 득점 1위를 달린다. 올 시즌에도 득점 7위(444점), 공격 종합 6위(성공률 51.48%)에 올랐다.

박철우의 '인성'도 가점 대상이었다. 한국전력은 "박철우가 우리 구단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특히 '왼손잡이 라이트' 이태호(20)는 '박철우 키즈'로 자랄 수 있다.

박철우는 "이태호를 처음 봤을 때부터 '같은 팀에서 뛰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같은 왼손잡이고, 체형도 비슷하다. 내 어릴 때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나와 태호가 함께 훈련하고, 경기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서로 발전하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 다음 주부터 한국전력에서 팀 훈련을 하는 데 이태호와 자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원년인 2005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박철우는 2010년 남자프로배구 역대 1호 FA로 삼성화재에 입단했다.

10년 동안 박철우는 '모범적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한국전력에서도 박철우는 같은 꿈을 꾼다. 박철우는 "30대 중반에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경기력은 20대처럼, 다른 부분은 30대 베테랑답게 생활하겠다.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10년 동안 자신을 응원한 팬을 떠올리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새로 만날 팬을 생각하면 의욕이 차오른다.

박철우는 "10년 동안 삼성화재 관계자, 팬들께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FA 계약을 앞두고 내 배구 인생을 돌아보면서 고마움을 더 느꼈다"며 "새로운 곳에 오니 '다시 시작해보자'는 의욕도 생긴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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