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정관 개정 의결…이기흥 회장 'IOC위원 유지길 열렸다'
회장 선거 출마시 '사직' 대신 '직무 정지'로 개정안 의결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이기흥(65) 대한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중단 없이 유지해 갈 길이 열렸다.
대한체육회는 10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어 회장 선출 관련 정관 개정을 심의한 뒤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개정을 의결했다.
정관을 개정하려면 재적 대의원 ⅔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체육회 전체 대의원은 120명으로 80명 이상이 지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체육회는 "격렬한 반대 의사가 있을 때만 투표를 진행한다"며 "이 회장의 정관 개정 제의 후 반대 의사를 밝힌 분들이 없어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정관 개정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대의원은 38개 동·하계 올림픽 종목에 2명씩, 23개 비올림픽 종목에 1명씩 할당된다.
또 17개 시·도체육회 대의원 1명씩 총 17명, IOC 위원 2명, 체육회 선수위원회 대표 2명도 대의원이다.
이날 바꾸기로 의결한 정관 내용은 24조 회장의 선출 관련 부분에서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이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지난해 IOC 신규 위원으로 뽑힌 이기흥 회장의 IOC 위원직 유지와 직결된 사안이다.
이 회장은 2016년 10월 통합 체육회의 첫 수장에 올랐다. 임기는 2021년 2월에 끝난다.
이 회장은 또 지난해 6월 IOC 총회에서 역대 한국인으로는 11번째로 IOC 위원에 선출됐다.
이 회장이 정년인 70세까지 IOC 위원으로 활동하려면 다음 체육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해 계속 NOC 대표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이 회장이 IOC 위원이 된 순간 체육회장 연임 도전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정관에 따라 90일 전 체육회 회장직을 그만두면, NOC 대표 자격은 물론 IOC 위원의 자격을 동시에 잃는다.
이런 사태를 막고자 체육회는 회장 선거 90일 전 '사직' 대신 '직무정지'로 정관 내용을 바꾸자고 대의원들에게 제안했다.
직무 정지 기간에는 체육회장과 IOC 위원이라는 직함을 둘 다 지킬 수 있다고 IOC의 유권해석도 받았다.
체육회는 먼저 도쿄올림픽 1년 연기로 산적한 국제 현안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회장의 사직으로 스포츠 외교에서 행정 공백이 생기면 올림픽 출전권 추가 확보 사안 등을 원활하게 풀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직 국회의원·지방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 다음 선거에 출마 시 사직하지 않는 공직선거법을 예로 들어 체육회 정관의 과도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IOC가 다른 나라의 경우 NOC 회장 선출 시 현직 회장이 사임 후 출마하는 사례가 전무하기에 체육회에 이를 개선하라고 제의했고, 체육회의 정관 개정 방향을 전적으로 지지했다는 내용도 곁들였다.
한편 체육시민연대는 대의원 총회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선거법 개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체육시민연대는 정관 개정이 이기흥 회장의 연임 꼼수이자 체육회 사유화 시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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