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MVP 박혜진 "다시 못 받을 줄 알았는데…상금은 기부"
최근 7년 사이에 5번이나 MVP 수상, 비시즌 FA '최대어'로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최근 7년 사이에 5번이나 여자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석권한 아산 우리은행의 가드 박혜진(30)이 "이제 더는 MVP라는 상을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혜진은 31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발표한 정규리그 MVP 투표에서 108표 중 99표를 휩쓸어 개인 통산 5번째 정규리그 MVP 영예를 안았다.
은퇴한 정선민 전 인천 신한은행 코치의 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정규리그 MVP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 박혜진은 WKBL을 통해 "MVP라는 상은 이제 더는 못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한 번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같이 고생해준 팀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7-2018시즌 이후 2년 만에 다시 리그 최고의 자리에 복귀한 그는 "항상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도록 지원해주신 은행장님과 구단 관계자분들, 위성우 감독님과 전주원, 임영희 코치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성격상 만족을 잘 몰라서 저 자신을 너무 힘들게 괴롭혔는데 사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이렇게 수상 소식을 듣고 상을 받으니 제가 흘린 땀과 결과는 비례한다는 사실을 또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박혜진이 이끈 우리은행은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6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으나 2018-2019시즌 청주 KB에 왕좌를 내줬다.
하지만 곧바로 이번 시즌 다시 정규리그 1위를 되찾으며 전통의 강호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박혜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임영희 코치님이 은퇴해 그 빈 자리에 대한 위기의식을 크게 느꼈다"며 "그런 불안한 마음이 비시즌 때부터 절실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개막전에서 패해 불안하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선수들이 잘 극복했다"며 "운이 따라주는 상황도 많았는데 그 역시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따라온 운"이라고 해석했다.
4월 1일부터 시작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히는 박혜진은 "제도가 바뀐 상황에서 제가 처음으로 FA 시장을 맞이하게 돼 부담스럽고 걱정도 된다"며 "아직 생각을 많이 못 했지만 여러 방면으로 고민도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부터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FA가 되는 선수들은 FA 시장 첫날부터 원소속구단이 아닌 다른 팀과도 협상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따라서 리그 최고의 선수인 박혜진을 놓고 원소속팀 우리은행과 다른 5개 구단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베스트 5에 선정되며 우리나라의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그는 "올림픽이 1년 미뤄진 부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선수들이 조금 지쳐 있는 상황인데 그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긍정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시즌 MVP 박지수(KB)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고 있고, 강이슬(하나은행)과 박지현(우리은행) 등 후배 선수들의 WNBA 진출설이 나도는 것에 대해 박혜진은 "저도 어릴 때는 WNBA에 꿈이 있었다"며 "그러나 많은 국제 대회를 뛰면서 아쉬운 점도 많이 보여드렸고, 저 스스로 생각한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해외 무대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은 것 같다"고 답했다.
MVP 상금 1천만원을 받은 박혜진은 "모든 국민이 정말 힘든 상황"이라며 "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제가 이번에 받은 시상금 전액을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곳에 기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혜진은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이 계속 정상에 서도록 큰 역할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선수로서 흘릴 수 있는 땀은 아끼지 않고 더 흘려서 계속해서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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