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우프 "코로나19 걱정 안 해…팬들 빨리 보고 싶어"
여자배구 KGC인삼공사 반등 견인 "팀에 도움 돼 자랑스럽다"
강철 체력 자랑하는 채식주의자…남편은 팀 사진작가로 활동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나는 걱정 안 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여자 프로배구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공격수 발렌티나 디우프(27·KGC인삼공사)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디우프는 지난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팀과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잘 관리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코로나19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가 국내에 급격히 확산하면서 V리그는 지난 3일부터 일시 중단됐다.
디우프는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KGC인삼공사 선수들과 함께 대전에 있는 숙소와 훈련장에서만 활동하고 있다.
KGC인삼공사가 선수단 생활 공간의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어서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했다.
프로농구에서 일부 외국인 선수들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남은 시즌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디우프와 인터뷰한 이후 삼성화재의 안드레아 산탄젤로, IBK기업은행 어도라 어나이 등 프로배구에서도 외국인 선수 이탈이 발생했지만, 디우프는 흔들리지 않았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걱정이 돼서 6일 디우프에게 다시 의사를 물었는데, 여전히 팀에 남겠다고 하더라"라며 안도했다.
사실 디우프의 고향인 이탈리아도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고통을 받는 나라 중 하나다.
디우프는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과도 코로나19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큰 걱정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디우프의 긍정적인 자세는 인터뷰 내내 흘러넘쳤다.
KGC인삼공사는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리그 중단을 겪었다.
KGC인삼공사는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 4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잘하면 봄 배구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높아진 상태였기에 선수들의 아쉬움이 클 법하다.
하지만 디우프는 "리그가 중단된다고 해서 모든 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잘 해왔고, 지금도 좋으니 아쉬움이 크지 않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리그가 중단됐어도 팀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디우프는 "우리는 이기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은 게 아니다. 서로를 믿고 좋아하니 분위기가 좋은 것이다.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우프는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과 한송이 등 선수들은 V리그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 선정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디우프를 뽑아달라"며 특별한 '선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디우프는 올 시즌 내내 V리그 여자부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는 832득점으로 메레타 러츠(GS칼텍스·678점)를 멀리 따돌리고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팀 성적이 부진해 상복이 없었다.
이를 잘 아는 동료들이 팀 성적도 좋았던 5라운드에는 디우프가 꼭 보상을 받아야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결국 디우프는 기자단 투표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로 5라운드 MVP 영예를 안았다.
디우프는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다. 동료들이 본인들이 아닌 나를 응원해준 것도 정말 기쁘고 고맙다. 감독님께도 감사하다"며 "열심히 한 것을 보답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일각에서는 디우프가 팀에서 너무 많은 공격 비중을 차지한다며 걱정한다.
그러나 디우프는 "이탈리아에서도 이렇게 많이 공격해서 득점 1위를 한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이렇게 했다"며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디우프는 '채식주의자'다. 생선을 제외한 고기류는 입에 대지 않는데도 엄청난 힘을 내는 비결을 묻자 "운동선수로서 내 몸 관리법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에 먹을 게 많아서 좋다. 부침개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올 시즌에 KGC인삼공사에 새로 합류한 디우프는 팀이 지난 시즌에 6승 24패로 최하위에 그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큰 책임감으로 팀에 임하고 있다.
디우프는 "선수들이 올 시즌에는 마음을 바꿔 열심히 싸워나가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내가 팀의 긍정적 변화에 영향을 줬는지는 모르겠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영향이 있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디우프는 든든한 동반자가 곁에 있어 더욱 힘을 낼 수 있다.
남편인 안토니오 마르코 트로이아니엘로가 KGC인삼공사 전속 사진사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르코'라 불리는 남편은 KGC인삼공사 경기를 따라다니며 선수들의 사진을 찍는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마르코는 바티칸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던 능력 있는 포토그래퍼다. 마침 구단 소셜미디어(SNS) 운영 등에 필요한 사진사가 필요했던 터라 계약했다"고 밝혔다.
디우프는 "마르코는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편집자이고, 사운드 테크니션"이라고 자랑하면서 "8년 전에 처음 알았고 3년 전에 연인으로 발전한 뒤로 떨어지지 않고 같이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도 같이 일할 수 있어 행운이다"라고 기뻐했다.
디우프는 V리그 재개를 기다리는 팬들에게도 한 마디를 남겼다.
"매 경기에 와 주시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무관중 경기를 했더니 팬들이 더욱더 그리워요. 빨리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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