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PGA 중단에 생계 위협받는 전업 캐디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
특히 경제적 약자들은 더 큰 고통에 시달린다. 돈이 넘쳐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지만, 선수들의 백을 메는 캐디들은 투어 중단으로 생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캐디는 원래 불안정한 직업이다. PGA투어에서 캐디는 툭하면 해고 통보를 받는다. 이유도 없이 해고되기도 한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심지어 너무 오래 봐서 지겹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캐디도 있다"고 전했다.
불안정한 직업이긴 해도 캐디는 대회가 열리고, 백을 멜 수 있다면 돈을 만질 수 있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지 않으면, 캐디는 돈을 벌 방법이 없다.
PGA투어 선수는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된다. 각종 후원 계약을 통해 받는 돈이 있다.
모자에 로고를 달아주고 큰 기업에서 받는 돈도 적지 않고, 용품 업체나 의류 업체에서 챙기는 수입도 있다.
큰돈을 버는 선수들은 저축한 돈도 많아서 당분간 대회에 나가지 않아도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다.
캐디는 다르다. 후원 계약도 없고, 넉넉한 저축도 없다.
아브라암 안세르(멕시코)의 캐디 데일 밸리는 "내가 만약 한 달 가량 일을 못 한다면 망한다는 뜻"이라고 골프닷컴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잰더 쇼플리(미국)의 캐디 오스틴 카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둘은 반려견 산책이나 잔디 깎기 등 임시로 할만한 일을 알아봐야 하지 않냐는 농담을 주고 받았지만, 투어 중단이 길어지면 농담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캐디도 캐디 나름이긴 하다.
타이거 우즈(미국)의 캐디 조 라카바는 우즈가 대회를 뛰지 않아도 봉급을 받는다.
우즈는 올해 단 2차례밖에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어도 라카바는 생계에 지장이 전혀 없는 이유다.
필 미컬슨(미국)이나 더스틴 존슨(미국)의 캐디도 큰 걱정이 없다. 두 선수의 캐디는 친동생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의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특급 스타들의 캐디에게나 해당한다.
대다수 캐디에게 투어 중단은 생계가 막막해지는 위협이다.
투어 대회를 4월 초까지 잠정 중단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LPGA투어는 선수 가족이 캐디를 맡는 경우가 PGA투어보다 더 많지만, 전업 캐디들은 올해 들어 수입이 거의 끊겼다.
PGA투어는 그래도 1월부터 11개 대회를 치렀지만, LPGA투어는 4개 대회만 개최했을 뿐이다.
1개는 최근 2년간 우승자만 출전한 대회였고, 2개는 멀리 호주에서 열려 전업 캐디를 동반하지 않는 선수가 많았다.
결국 전업 캐디들은 돈을 만질 기회가 거의 없었고, 당분간 수입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PGA투어와 LPGA투어 중단의 최대 피해자는 캐디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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