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20 연기에 대륙별 국가대항전·클럽월드컵 '연쇄이동'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올해와 내년 열릴 예정이던 대형 축구 이벤트들을 줄줄이 연기시켰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인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가 내년으로 미뤄지자 다른 대륙별 국가대항전과 FIFA 클럽 월드컵의 연쇄 이동이 이뤄졌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유로 2020 개최를 1년 연기한다고 17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유럽을 강타해 A매치와 챔피언스리그 등 유럽 클럽대항전이 파행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당초 예정된 6월 유로 2020 개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세계 축구의 심장부인 유럽 대륙의 강호들이 최정예 국가대표를 출격시키는 유로는 참가국 수와 규모 면에서는 월드컵 아래에 있지만, 권위와 경기 수준은 월드컵에 버금가는 대회다.
유로 2020 총상금(3억7천만 유로·5천31억원)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총상금(4억 달러·4천943억원)을 근소하게 넘어선다는 점은 이 대회의 위상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유럽축구선수권은 월드컵과 함께 국제 축구계가 4년 주기로 굴러가게 하는 양대 축이다. 이들 두 대회의 예선과 본선 일정에 맞춰 다른 수많은 대회의 일정이 짜인다.
이런 유로 2020이 연기되면서 다른 주요 대회들도 일정 변경을 피할 수 없었다.
먼저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유로 2020 연기 발표 직후 2020 남미축구선수권(코파 아메리카)의 1년 연기를 공식화했다.
당초 CONMEBOL은 개최 주기가 불규칙했던 코파 아메리카를 이번 2020년 대회부터 4년 주기로 열기로 결정했다.
남미의 스타 플레이어 상당수가 유럽 클럽에서 뛰는 상황에서 유로와 코파 아메리카가 개최 주기를 맞추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따라 2020 코파 아메리카는 유로와 같은 날인 6월 12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 공동 개최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로 2020이 연기되면서 2020 코파 아메리카도 1년 연기됐다. 연기된 일정 역시 6월 11일부터 7월 11일까지로, 유로 2020과 날짜까지 같다.
유로와 코파 아메리카가 2021년으로 옮겨지면서 또 하나의 대형 이벤트인 FIFA 클럽 월드컵 2021년 대회는 2022년으로 이동했다.
클럽 월드컵은 UEFA 챔피언스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 대륙별 클럽대항전 우승팀들이 매년 한데 모여 정상을 가리는 대회다.
FIFA는 2021년 6~7월 열릴 예정이던 중국 대회부터는 4년에 한 번으로 개최 주기를 늘리고 참가 팀 수도 현행 7팀에서 24팀으로 대폭 늘렸다. 클럽 월드컵을 월드컵 이상 가는 대형 이벤트로 만들겠다는 게 FIFA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클럽 월드컵 역시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FIFA는 유로 2020과 2020 코파 아메리카의 1년 연기를 승인하면서, 클럽 월드컵을 2021년 말이나 2022년, 혹은 2023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럴 때 필요한 상호 존중과 이해의 정신에 따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달 4일 카메룬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프리카 국가대항전 아프리카 네이션스 챔피언십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 대회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이은 아프리카 대륙 제2의 국가대항전이다. 해외파가 출전하는 네이션스컵과 달리 자국 리그에서 뛰는 선수만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다.
6월 6~20일 뉴질랜드에서 열리기로 돼 있는 2020 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네이션스컵 역시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정상 개최가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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