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코로나쇼크] ④ 선수들은 '불안·답답'…훈련에만 전념
진천선수촌서 외출·외박 없이 사실상 외부와 고립된 채 담금질
올림픽 취소·연기 가능성에 촉각…"4년을 준비했는데"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안홍석 최인영 김경윤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2020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4년 동안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다수 선수는 계획대로 훈련에 전념하고 있지만, 대회 연기 가능성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남자 유도 100㎏급 올림픽 세계랭킹 1위 조구함(수원시청)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유력한 메달 후보로 꼽혔지만, 대회 직전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악재로 눈물을 흘렸다.
4년을 다시 기다린 조구함은 올해 국제대회에서 차분하게 랭킹포인트를 쌓으며 올림픽 랭킹 1위에 올라 도쿄 메달 전망을 밝혔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로 대회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그는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대회 연기 혹은 취소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훈련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방침에 따라 외출·외박 없이 훈련 중"이라며 "공식적으로 휴일인 주말에도 별다르게 할 게 없어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도는 5월까지 모든 국제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조구함은 "올림픽 준비 계획이 많이 헝클어졌지만,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조건"이라며 "주변 상황을 신경 쓰지 않고 나 자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양궁 국가대표 강채영(현대모비스)도 비슷한 사연을 갖고 있다.
그는 리우올림픽 대표 선발전 때 4위에 머물러 간발의 차로 올림픽 무대에 서지 못했다.
그는 4년 동안 이를 악물며 기량을 끌어올렸고, 현재 국제양궁연맹(FITA) 여자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아직 대표 선발전이 열리지 않았지만, 강채영이 도쿄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은 크다.
다만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가 문제다. 강채영은 "8년을 기다려온 대회"라고 강조한 뒤 "올림픽이 안 열린다면 매우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올림픽은 열릴 거야'라는 혼잣말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훈련에 나간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 무대를 꿈꾸는 선수들의 심경도 비슷하다.
태권도 남자 58㎏급 간판 장준(한국체대)은 지난 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리우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김태훈을 꺾고 첫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그는 2월 중순 이후 외출·외박 없이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에 전념하며 생애 첫 올림픽을 준비 중이다.
장준은 "최악의 경우에도 올림픽이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기 생각을 밝힌 뒤 "만약 올림픽이 연기되면 모든 선수가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른 생각보다 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첫 올림픽이지만 자신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사이클 간판 나아름(상주시청)은 최악의 훈련 환경 속에서도 자신을 달래며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여자 개인도로 종목 출전권을 획득한 나아름은 이달 말 스위스로 전지훈련을 떠날 계획이었지만, 훈련지였던 국제사이클연맹(UCI) 월드사이클센터(WCC)가 코로나19로 폐쇄 조처되면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도로사이클 특성상 특별히 양해를 받아 음성, 수안보 등 선수촌 인근 코스를 돌며 훈련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는 정차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나아름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도쿄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 훈련이 올림픽을 위한 마일리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탁구 대표팀도 올림픽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서 상비군을 포함한 18명의 선수가 맹훈련 중이다.
국제 이벤트가 줄줄이 취소돼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분위기를 추스르며 심기일전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의 정영식(국군체육부대)은 "진천선수촌에서 나갈 수 없어 휴식일엔 다른 종목 선수들로부터 해당 종목을 배우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며 "올림픽이 어떻게 열릴지는 모르지만, 항상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자대표팀은 지난해 12월 유남규 전 감독과 에이스인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간 갈등을 겪었지만 아픔을 딛고 선수들이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이상수(삼성생명)와 혼합복식 콤비로 다시 나서는 전지희는 최근 진천선수촌 훈련에 합류했고,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훈련 중이다.
추교성 여자팀 감독은 "전지희 선수가 합류 후 선생님들에게 사과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면서 "대회가 없는 게 아쉽지만 좋은 분위기 속에서 담금질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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