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코로나쇼크] ② 구기 종목, 호흡이 중요한데 '개점 휴업'
여자축구 플레이오프 6월로 연기…남자축구도 평가전 취소
야구 훈련 일정 미정…여자농구·배구도 리그 중단으로 차질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하남직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2020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구기 종목 대표팀의 일정도 '안갯속'이다.
단체 종목 특성상 팀워크를 다질 충분한 훈련 시간 확보가 관건이지만, 평가전이 취소되고 선수들의 활동 무대인 리그마저 중단되는 등 코로나19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관계자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축구의 시간표는 이미 여러 차례 수정됐다.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의 도쿄행 여부는 벌써 결정 났어야 했다.
중국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한국 대표팀은 애초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에서 1차전을 치르고, 11일 호주 시드니 인근 캠벨타운 스타디움에서 2차전을 벌일 예정이었다.
2차전은 중국의 홈 경기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내에서 경기를 치를 수가 없게 돼 호주로 장소가 옮겨졌다.
하지만 이후 국내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용인시가 대회 개최를 포기하면서 1차전도 개최가 어려워졌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과 협의해 6월 4일과 9일로 플레이오프를 연기하기로 했다.
대표팀에는 뜻밖의 3개월 공백이 생겼다. 지난달 22일부터 파주 NFC(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훈련했던 대표팀은 경기일 연기에 따라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현재로서는 대표팀이 언제 다시 소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WK리그 개막도 '잠정 연기'된 상태다.
벨 감독은 경기도 고양시의 숙소에서 주로 '재택근무'를 하며 중국에 대한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메시지나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선수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향후 원활한 대표팀 운영을 위해 WK리그 지도자들과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도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룬 이후 잠정 '휴업' 상태다.
본선 준비를 위해 한창 분주해야 할 시기이지만 역시 일손을 놓다시피 했다.
이달 말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취소됐다. 국내가 싫다면 제3국에서라도 개최하고자 해당국과 협의했으나 결국 틀어졌다.
FIFA는 3∼4월 모든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의 연기를 권고한 상황이다.
2월 29일 예정했던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선수들의 실전 감각도 걱정스러운 형편이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인 야구 대표팀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은 17일 도쿄올림픽 대표팀 사전 등록 명단(111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KBO리그 개막일은 미정이다.
KBO리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김 감독과 코치진은 난감하기만 하다.
올림픽에서 상대할 팀을 분석할 기회도 잃었다. 오는 23∼27일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와 서프라이즈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아메리카대륙 최종 예선은 무기한 연기됐다.
4월 1일부터 닷새간 대만에서 열기로 한 도쿄올림픽 세계 최종 예선도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6월 17∼21일로 변경했다.
애초 김경문 감독은 미국으로 출국해 아메리카대륙 최종 예선을 지켜볼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KBO는 올림픽 기간 리그를 중단해 올림픽에 전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리그 개막일이 결정되지 않은 터라 대표팀 훈련 일정도 논의하지 못했다.
여자농구와 배구 대표팀 일정도 리그 중단으로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여자농구 대표팀은 현재 새 사령탑을 찾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포산 대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로 옮겨 치른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승 2패의 성적으로 4개국 중 3위를 차지해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후 최종예선을 지휘한 이문규 감독이 2월 말로 계약 기간이 만료돼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본선을 이끌 사령탑을 공개 모집하기로 했다. 현재 최종 후보는 전주원 아산 우리은행 코치와 정선민 전 인천 신한은행 코치로 압축됐다.
여자프로농구 역시 코로나19로 정규리그가 중단된 상황이라 사령탑이 선임되더라도 대표팀 일정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만 정할 수 있다.
남자 농구 대표팀은 6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러야 한다. 다만, 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되더라도 우리나라의 도쿄행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일단 5월 초 소집해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배구연맹은 프로배구 정규리그를 4월 15일까지는 마치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중단 상태인 V리그 재개 시점은 확정하지 못했다.
여자대표팀의 실전 훈련 기회였던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도쿄올림픽 이후로 연기됐다. 2020년 VNL은 5월 19일에 개막해 6월 18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대표팀은 VNL을 '올림픽 준비 과정'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VNL 일정이 도쿄올림픽 이후로 밀리면서 향후 일정도 꼬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의 귀국 시점도 아직 알 수 없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리그의 부스토 아르시치오 사령탑이기도 하다. 이탈리아리그는 코로나19 위협으로 4월 3일까지 중단됐다. 상황에 따라 리그 재개 시기를 더 늦출 수도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리그가 끝나야 한국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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