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10원도 못 벌어"…생활체육 강사들 일감 '뚝'
[이 기사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최모(28)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이번 달에 얼마 벌었냐고요? 10원도 못 가져갔습니다."
2018년부터 '스피닝'(사이클과 에어로빅 동작이 합쳐진 실내 자전거 운동) 강사로 일하는 최모(28)씨는 요즘 입이 마른다. 평소 서울 양천구와 강서구, 경기 군포시 등 스포츠 센터 3곳에 프리랜서 강사로 출강하며 월 200만∼250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줌바 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화두에 오른 이달 초부터 모든 지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민간 헬스장은 물론이고 구립 스포츠 센터나 청소년 수련관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헬스장도 기본금을 주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수업을 안 하면 소득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언제 잠잠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앞길이 막막할 따름"이라고 털어놨다.
이달 초 코로나19가 확산한 한 원인으로 줌바 댄스가 지목되면서 스피닝, 요가, 댄스 스포츠, GX(단체운동) 등 생활 체육 강사들이 막막한 처지에 놓였다.
한국스피닝협회 관계자는 "매출이 급감한 민간 체육 시설(헬스장)과 지자체 주민체육 센터 대부분이 이달 초를 기점으로 문을 닫았다"며 "협회원 상당수가 강의가 없을 때는 수익이 없는 프리랜서 신분이다 보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각 자치구가 운영하는 주민센터 10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문의한 결과 모두 체육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자치구의 주민 체육 시설 관리자는 "오전 9시부터 운영하던 요가, 필라테스, 줌바 댄스 등 10여개의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했다"며 "앞서 수업을 맡은 강사진과 계약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최근 확진자가 잇달아 나오는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요가강사 박모(26)씨는 "평소라면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가 1년 중 최대 성수기"라며 "시간당 10명이 넘던 수강생이 지금은 절반 미만으로 줄었고 출강하던 체육 시설 4곳 중 3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어렵기는 민간 체육 시설 운영자도 마찬가지다. 지자체마다 잇달아 다중 이용 체육 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시름이 더 깊어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회원 100여명 규모의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모(43) 대표는 "기존 회원 절반 이상이 환불을 요구하고 신규 회원은 끊긴 상태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며 "인건비와 공과금 등 고정 지출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 (스포츠 강사도 힘겹겠지만) 우리도 생존이 달린 시기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생활체육 강사 같은 1인 사업자에 대한 보호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이나 독일 등 노동 선진국에서는 프리랜서의 소득과 고용 안정성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춰 놓았다. '프리랜서 유니언'을 통해 세금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미국이나, 프리랜서도 다른 노동자와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
1인 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이나 대출 등의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 소상공인 정책 담당자는 "사업자 등록증을 보유하는 것이 소상공인의 기본적인 자격 조건이라 프리랜서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한인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220만명이 넘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것"이라며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 등에 대한 지원책이 잇달아 발표되는데 이들만 외면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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