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확대경] 마스터스, 코로나19 악재 비껴갈까
4월 9일 개막 대회로 '코로나 영향권'…정상 개최 여부 초미 관심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미국에서 확산하면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정상 개최 여부가 골프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름에 열리는 PGA챔피언십,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대회에 앞서 4월 9일 개막하는 마스터스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회는 9일부터지만 4월 6일부터 연습 라운드가 시작되고 이때부터 수많은 갤러리가 대회 개최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 GC)에 모여든다.
PGA투어 대회는 중단없이 계속되고 있지만, 갤러리 규모와 밀집도가 남다른 마스터스는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7월에 열릴 예정인 도쿄 올림픽마저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마당에 4월 열리는 마스터스의 정상 개최는 생각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지난 5일 코로나19 확산에도 마스터스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그만큼 오거스타 GC가 사태를 엄중하게 본다는 간접증거다.
리들리 회장은 이 성명에서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조지아주 보건부 등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과 긴밀한 협조 속에 코로나 19의 확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최우선 순위는 선수, 갤러리, 대회 운영 요원 등 관련자 건강"이라고 밝혔다.
'대회 강행' 메시지보다는 오히려 코로나19 대응에 더 큰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 골프 전문가들은 마스터스가 취소되거나, 개최를 연기하거나, 무관중 경기로 치르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회 취소는 오거스타 GC가 마스터스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쉽게 선택하기 힘들다.
미국에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서 CDC 등 방역 당국이나 연방정부 및 조지아주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다면 대회 취소라는 강수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대회 연기 역시 선택이 쉽지 않다.
4월이 지나면 오거스타 GC는 코스 상태가 대회를 치르기에 적합하지 않게 변한다. 대회를 하려 들면 하겠지만, 오거스타 GC가 수십 년 쌓아온 환상적으로 멋진 코스라는 명성을 포기하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취소도, 연기도 아니라면 선택지는 무관중 경기뿐이다. 마스터스를 보러오는 관객이 대부분 연령이 많다는 점도 무관중 경기라는 대안에 힘을 실어준다.
그러나 이도 달갑지 않다.
마스터스는 관객에게 다소 억압적으로 보일 만큼 규제가 심한 골프 대회지만, 역설적이게도 관객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전통을 지녔다.
마스터스는 관객을 갤러리가 아닌 패트론이라고 부른다. 구경꾼이 아니라 대회를 함께 꾸려나가는 동반자라는 뜻이다.
페트론 없는 마스터스는 마스터스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오거스타 GC로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지만, 결국 미국의 코로나 19 확산 정도가 마스터스 개최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만약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방역 당국과 정부의 대응 강도가 높아진다면 마스터스 개최를 강행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열 감지 카메라와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방역 조처를 하고 노약자 입장을 제한하면서 대회를 치르는 것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감당할 수준일 때나 가능하다.
PGA투어 사무국의 태도도 변수다. 지금은 투어 사무국이 투어 대회를 강행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프로 스포츠 경기가 취소하는 일이 잦아지고 여론이 나빠지면 PGA투어 역시 투어 일부 지역에서는 투어 대회를 중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투어 대회가 하나라도 취소된다면 마스터스 역시 영향권이다.
미국 정부의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의 범위 역시 고려 사항이다.
마스터스 때는 세계 각국에서 오는 선수와 기업인이 오거스타 GC에 모인다.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도 코로나19가 크게 번지고 있어 언제 입국 제한 조치가 확대될지 모른다.
마스터스는 이제 한 달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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