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로 전향한 SK 강지광, 벼랑 끝서 홈런…"아내 응원 덕분"
30세에 결심한 두 번째 타자 전향…첫 청백전서 홈런포
"매일 마지막이라는 생각…아내와 세 자녀 응원에 힘내"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강지광(30)은 사연이 많은 선수다.
누구나 인생엔 굴곡이 있지만, 강지광은 특히 그렇다.
인천고 재학 시절 시속 150㎞의 강속구를 던졌던 투수 유망주 강지광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에 입단한 뒤 내야수로 전향했지만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2013년엔 2차 드래프트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이적했는데, 줄부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부상과 재활의 연속이었다.
강지광은 2018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로 다시 한번 팀을 옮겼다. 그리고 선수 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LG와 넥센 시절 그를 눈여겨봤던 SK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에게 투수 재전향을 권했고, 강지광은 피나는 훈련 과정을 거쳐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 150㎞대 중반의 강속구를 던지며 SK 마운드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그런데 어깨가 문제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강지광을 괴롭혔다.
2019시즌을 마친 강지광은 다시 한번 보직을 야수로 변경했다.
반대 목소리가 컸다. 이미 SK의 외야는 우수한 선수들로 꽉 찬 상태였다. 보직 전향을 하기엔 나이도 많았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졌다.
염경엽 감독은 강지광을 감독실로 불러 약 한 시간 동안 재전향을 만류하기도 했다.
강지광도 고민이 많았다. 아이 셋을 키우는 강지광에겐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이었다.
그러나 강지광은 더는 공을 던질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인생을 건 도전을 다시 시작했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가족들은 강지광의 꿈과 도전을 응원했다.
아내는 타자로 성공하려면 그에 맞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며 매일 식단을 짜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만들었다.
강지광은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타자로 전향하기 위해 생활 패턴을 바꿨는데, 체지방이 눈에 띄게 줄고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아빠의 도전을 응원했다.
강지광은 이런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힘을 냈다.
그는 "사실 전향하면서 이대로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많았다"며 "그러나 가족들을 생각하며 긍정적인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전향 과정은 느리게 진행됐다. 타격 폼과 수비 자세 등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팀 내 위치도 달라졌다. 강지광은 스프링캠프 기간을 포함해 타자 전향 이후 한 번도 1군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준비가 덜 된 탓에 1·2군간 청백전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11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청백전은 강지광에게 그래서 더 소중한 무대였다.
정규 경기도 아니고, 지켜보는 팬들도 없었지만, 강지광에겐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무대였다.
그는 6회 김재현을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전향 후 첫 타석. 결과는 좋지 않았다. 김정빈을 상대로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3구째 공에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는데, 허공을 갈랐다.
그렇게 강지광의 꿈과 희망은 사그라드는 듯했다.
강지광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이날 경기 마지막 타격 기회를 잡았다.
상대 투수는 지난 시즌 세이브 1위 하재훈.
강지광은 초구를 노려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딱' 하는 소리가 났다.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전향 후 첫 홈런이었다.
박수 소리도, 팬들의 응원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그라운드를 강지광은 힘차게 뛰었다.
그의 표정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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