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전 악센트' KIA는 양현종 감독 이벤트·키움은 비트 접목
반복되는 청백전의 단조로움 지우기 위해 각 팀 새로운 시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무한 반복되는 청백전의 단조로움을 깨기 위한 프로야구 각 구단의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1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청백전에서 이색 이벤트를 마련했다.
KIA 토종 선발진의 쌍두마차인 양현종과 임기영이 각각 감독을 맡아 치열한 지략 대결을 벌였다.
날짜별 투구 프로그램이 정해진 투수조를 제외하고 선수 선발부터 라인업 구성까지 모두 양현종과 임기영이 직접 책임졌다.
에이스 양현종이 감독 자격으로 마운드 위에 올라 흔들리는 투수를 다독이고 투수를 교체하는 등 카리스마를 뽐낸 장면은 이날 청백전의 백미였다.
두 투수에게 지휘봉을 넘긴 맷 윌리엄스 감독은 3루 관중석에서 멀찍이 떨어져 경기를 지켜봤다.
서재응 투수코치가 해설자로 마이크를 잡은 가운데 윌리엄스 감독이 중계석을 방문해 올 시즌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9이닝 승부 끝에 6-6 동점으로 마치자 윌리엄스 감독의 제안으로 양 팀 감독이 마운드에서 볼을 굴렸다.
그 결과 홈플레이트에 가까운 팀이 이기는 끝내기 승부를 펼쳤다. 양현종 감독의 패배로 화이트 팀이 레드 팀에 피자와 커피를 쐈다.
이번 이벤트 경기는 윌리엄스 감독이 조계현 KIA 단장에게 제안해 이뤄졌다.
윌리엄스 감독은 "오랜 훈련에 지친 선수단의 분위기 환기 차원으로 이벤트 경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조 단장은 "선수들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것은 물론, 팬들에게도 이색 볼거리를 보여드릴 좋은 기회"라며 흔쾌히 동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28일 개막할 예정이던 2020 시즌이 잠정 연기되면서 KBO 리그 각 팀은 팀 훈련과 청백전을 무한 반복 중이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백전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지만 한 달 넘게 줄곧 청백전만 치른 탓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팀들이 많다.
늘 비슷한 투수, 타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긴장감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청백전의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플레이하다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각 팀 코치진의 고민거리다.
KIA가 양현종 감독과 임기영 감독으로 청백전을 치르는 등 색다른 볼거리를 마련한 것도 반복되는 훈련에 지친 선수단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함이다.
키움 히어로즈도 변화를 선택했다.
이날 키움의 5이닝 청백전이 열린 서울 고척 스카이돔은 경쾌한 음악이 텅 빈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평소라면 단발적인 타격음이나 수비 콜 신호, 코치진의 작전 지시만이 간간이 들렸을 적막한 경기장에 정규시즌과 같은 흥겨움이 들썩였다.
손혁 키움 감독은 "진짜 경기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서 오늘 처음으로 음악을 틀어봤다"며 "조용한 상태에서 하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응원가도 틀어보고 번갈아서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키움의 투수 유망주 박주성은 "너무 조용하면 집중이 안 된다"며 "오늘은 조금 시끌시끌해서 긴장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외야수 박준태는 "조용할 때보다 훨씬 집중력이 생겼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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