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5월 개막…시즌권 환불·관중석 거리두기 '첩첩산중'
시즌 일정 축소로 스폰서 금액 하락도 불가피…재정 압박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시즌권을 판매하면서 선물도 함께 증정했는데 환불 요청이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지정 좌석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도 애매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진 프로축구 K리그가 '5월 중순 개막'을 준비하면서 구단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개막일이 두 달 넘게 연기돼 리그 일정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단들은 광고 스폰서 계약부터 시즌권 환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첩첩산중'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5월 둘째 주 주말에 개막하는 방안을 1순위로 놓고 추진하기로 했다. 여의치 않으면 5월 셋째 주에 개막전을 치를 계획이다. 다만 금요일 개막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월 9~10일 또는 5월 16~17일에 K리그 1·2 개막일의 'D-데이'가 됐다.
무관중 경기의 상황이라면 금요일인 5월 8일이나 5월 15일 개막도 가능하다는 게 프로축구연맹의 복안이다.
연맹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개막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고, 구단들도 개막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2월 29일 개막 예정이던 개막일이 5월 중순으로 밀리면서 구단들은 당장 시즌권 환불과 홈구장 A보드 판매 협상이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이번 시즌이 38라운드 대신 27라운드(정규리그 22라운드+스플릿 5라운드)로 치러질 전망이어서 홈 경기 횟수가 기존 18~19회에서 13~14차례로 줄어 시즌권 환불 또는 부분 환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시즌이 개막돼도 한동안은 무관중 경기로 치러질 공산이 커서 실제로 팬들이 볼 수 있는 경기는 더 줄어든다.
수도권의 한 구단 관계자는 "시즌권이 많이 팔렸지만 다행스럽게 아직 환불 요청은 적다"라며 "하지만 리그 일정이 줄면 시즌권 부분 환불 문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시즌권을 판매하면서 5만~6만원 상당의 선물도 증정했다. 시즌권 부분 환불 요청이 생기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즌권도 자유석보다 지정 좌석이 더 문제가 크다.
리그가 개막된 이후 무관중에서 유관중으로 바뀌어도 한동안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팬들끼리 좌석을 벌려놔야 하는 상황도 구단에는 부담스럽다.
K리그 구단 관계자는 "자유석은 팬들이 자율적으로 서로 떨어져 앉을 수 있지만 지정석은 곤란한 부분이 많다"라며 "2~6인석으로 판매한 테이블석 등은 일행이 떨어져 앉을 수도 없어 고민스럽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프로연맹은 최근 시즌권 환불 요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각 구단에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팬들이 시즌권의 전액 환불을 요청하면 구단은 이를 받아들여야 하고, 경기 수 축소에 따른 부분 환불의 경우 시즌권 구매자에게 구단 상품이나 이벤트 초대권 등으로 대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즌 일정의 축소로 구단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폰서 광고 영업도 타격이 크다. 일부 구단들은 연습경기 자체 인터넷 중계를 통해 스폰서 광고 노출도 시도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시즌 개막일이 미뤄지면서 A보드 광고 계약도 아직 서명을 못 하고 있다"라며 "경기 수가 줄어들면 금액도 깎으려고 할 것 같다. 광고 노출 횟수를 늘려주는 방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로 리그 개막이 미뤄지면서 구단들의 경제적 피해도 쌓이고 있다.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22개 구단(K리그1 12팀·K리그2 10팀)의 올해 매출액 감소가 575억원으로 된다.
일부 구단에서는 선수단과 프런트의 임금을 깎는 '고통 분담'에 나서기도 했다.
지방 구단의 한 단장은 "코로나19로 모기업의 경영 악화나 지자체의 지원금 감소가 발생하면 당장 올해 3~4분기나 내년 시즌에 구단들의 살림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은행 대출을 받아 시즌을 치르고 운영 자금이 들어오면 이를 갚는 구단들도 있다"라며 "올해에는 자칫 선수단 임금 지급도 어려움을 겪을 구단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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