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겼던 봄' 그라운드에 온다…K리그 프로팀 간 첫 연습경기
개인 물통 쓰기·세리머니 자제…코로나19가 만든 '새 풍경'
연습경기 허용 이어 5월 초 '무관중 개막' 솔솔
(인천=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긴 겨울잠에 빠져있던 프로축구 K리그가 드디어 '봄맞이' 준비를 시작했다.
2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FC의 무관중 연습경기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연습경기 금지령'이 해제된 뒤 치러진 프로 팀간의 첫 연습경기였다.
연습경기 허용은 아직 개막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계와 팬들에게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격렬한 종목. 코로나19 감염 우려는 일반인들보다 더 클 수밖에 없고, 이는 각 구단도 좀처럼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은 각자의 이름과 등 번호를 쓴 개인 물병을 들고나와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었다. 마스크는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까지 끼고 있었다.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나 악수 등을 자제하라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지침에 선수들이 대체로 잘 따르는 모습이었다.
전반 28분 수원FC의 마사가 선제골을 넣었을 때도 기쁜 표정으로 눈인사만 주고받았을 뿐 별다른 세리머니가 없었다.
다만 '경기 중 선수 간 대화 금지' 지침만큼은 전혀 지켜질 수 없었다. 관중석이 텅 비어서인지 서로를 부르는 선수들의 외침은 더 크게만 들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된 이날 경기에는 7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취재진 입장은 1층 주 출입구로만 가능했다. 발열 검사를 받고 위생장갑을 껴야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유증상자는 없었다.
한 기자가 사전 취재신청을 하지 않아 입구에서 제지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예방과 관련한 부분을 빼면, 정규리그 경기와 거의 비슷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다. 실전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전임 심판진과 의료진이 대기했고, 선수단 동선도 실전과 똑같이 짜였다. 전광판 시계의 초침도 평소처럼 움직였다.
그러나 관중의 환호성이 만들어내는 '흥'은 복제할 수 없었다. 열정으로는 어떤 팀에도 지지 않는 인천 서포터스가 없는 S석은 유난히 휑했다.
4월 말치고는 유난히 썰렁한 날씨여서 관중석은 더 휑해 보였다.
연맹은 5월 초 조심스럽게 '무관중'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분간 이렇게 고요한 관중석이 만들어내는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양 팀 선수들과 감독부터 프런트는 물론 취재진까지, 표정은 상기돼있었다. 모두가 드디어 그라운드에 찾아오고 있는 '봄의 전령'을 확인한 듯했다.
배인성 인천 대외협력팀장은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그동안 불안감이 컸다"면서 "무관중으로라도 시즌이 시작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이제야 2020년을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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