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공동 1위' 이상범·문경은 감독 "승부 못 내 아쉬워"
DB 이상범 "고참 윤호영·김태술 고마워"…SK 문경은 "기대 이상으로 잘 왔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축하받아도 되는 건가요? 우승 아니고 그냥 1위면…"(이상범 원주 DB 감독)
"뭐라고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문경은 서울 SK 감독)
프로농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출범 23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을 '조기 종료'하면서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친 두 사령탑은 유례없는 상황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쉽게 정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들은 매듭짓지 못한 승부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결정을 존중하며 사태 종식을 기원했다.
이상범 DB 감독은 24일 KBL 이사회의 시즌 조기 종료 결정 뒤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완전히 올라탄 상승세가 6라운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했는데, 이렇게 돼버려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DB는 지난달 28일 창원 LG와의 경기까지 3연승을 이어가며 28승 15패로 선두에 오른 채 정규리그가 끝나면서 이날 SK와 공동 1위를 확정했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김종규까지 영입하며 정상을 향한 꿈을 부풀린 시즌이었으나 끝을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 감독은 "다시 '대권'에 도전하려고 종규도 데려왔고, 막바지 기세가 좋아서 이대로라면 한 번 가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나면 다 아쉬운 법 아니겠나"라며 "한 시즌 선수들 모두 수고했고, 지금부터 내년을 잘 준비하겠다"고 이내 털어냈다.
간판 슈터 허웅을 비롯해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고, 한 발 더 뛰어줬다"고 칭찬한 그는 "특히 고참으로서 선수들을 잘 다독이고 분위기를 이끌면서 제 역할을 해준 윤호영과 김태술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잡고 5연승을 질주하며 DB와 공동 선두를 이룬 채 중단을 맞이한 SK도 아쉬움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1위인 DB를 물리치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뒤 지난 시즌은 하위권에서 보냈으나 이번 시즌엔 정상 재도전의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문경은 감독은 "재작년에 이미 '고기'를 먹어보지 않았나. 올해도 선수들의 눈빛과 생활, 훈련 자세 하나하나를 보면 그때처럼 분위기가 올라온 게 보였는데, 승부를 내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곱씹었다.
그러나 시즌 전반적으론 "4라운드 3승에 그치며 순탄치 않았지만 5라운드에 김선형과 최준용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5연승을 거둬 공동 1위에 올라 좋은 모습으로 끝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 왔다"고 총평했다.
문 감독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긴장의 끈을 조금이라도 놓지 말라고 하고 훈련을 해왔다. 오늘 이사회가 열리는 시간에도 훈련을 하고 있었다"면서 "선수들의 아쉬움도 클 텐데, 잘 다독이겠다"고 말했다.
예년이라면 정규리그 막바지 레이스를 벌여야 할 때 '오프 시즌'을 맞이한 건 베테랑인 두 감독에게도 낯선 상황이다.
"당장 내일부터 어떤 생활을 해야 할지 멍하다. 계속 긴장하고 있다가 갑자기 끝이라니 스케줄이 고민된다"고 전한 문 감독은 "우선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신인이나 부상 선수에게는 재활 계획을 짜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갑자기 일이 밀려 들어와 이번 주 무척 바쁘게 됐다"면서 "FA 계약과 외국인 선수를 비롯한 선수 구성 작업을 바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제 계약 문제도 있다"며 웃었다.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 속에서도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한마음으로 바랐다.
문 감독은 "이렇게 시즌이 끝나 찝찝하지만, 건강이 가장 중요한 거고, 어수선한 나라가 안정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고, 이 감독도 "코로나19가 빨리 잠식되기를 바란다.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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