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단장이 현장 간섭 않듯이 감독도 행정 관여해선 안 돼"
경기 일정은 10개 구단 사장·단장들이 이사회·실행위에서 결정
KBO·10구단 입장에서는 마케팅 수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5월 5일 정규시즌 개막 예정인 KBO리그가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끄는 가운데 몇몇 현장 감독들이 경기 수 축소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주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과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이강철 kt 위즈 감독 등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현행 144경기인 정규리그 팀당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감독은 "빡빡한 일정 속에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까지 강행하면서 144경기를 채운다면 경기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물론 선수들의 부상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올 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시즌 개막이 한 달 이상 지연됐다.
현재 계획으론 한국시리즈가 11월 말에야 끝날 예정이다.
감독들의 불만이 나올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KBO가 감독들의 의견대로 경기 수를 축소하는 것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팀간 16차전, 팀당 144경기, 총 720경기를 치르는 KBO리그는 지난해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의 총 매출이 5천억원 남짓했다.
한 경기당 평균 매출이 7억원가량이라는 게 KBO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 감독들의 주장대로 경기 수를 줄여 팀당 135경기를 치르면 총경기 수는 675경기로 줄면서 리그 전체 수입이 300억원 이상 감소한다.
팀당 경기 수가 126경기가 되면 총수입 감소는 600억원을 넘게 된다.
KBO는 지난 이사회에서 정규리그를 일단 팀당 144경기로 진행하되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3주 동안 경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이미 경기 수가 줄어들 가능성을 내포한 채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시즌 초반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수입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말 그대로 프로스포츠이다 보니 감독들 주장대로 '경기의 질'이나 '부상'만을 따질 수는 없다는 게 KBO와 10개 구단 프런트의 입장이다.
그런데 감독들의 경기 수 축소 주장은 사실 올해뿐만이 아니다.
KBO리그는 제10구단 KT가 1군 리그에 합류한 2015년부터 팀당 144경기 체제로 확대했지만 몇몇 감독은 수년째 "경기 수가 너무 많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KBO와 10개 구단 프런트가 이 같은 감독들의 고충과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지난해에도 일부 감독이 틈만 나면 경기 수 축소를 주장하자 선수 출신 A구단 단장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A 단장은 "팀당 경기 수 등 리그 일정은 10개 구단 사장과 단장들이 KBO와 협의해서 결정하는 사안으로 가장 중요한 야구 행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런트가 현장에 관여하면 감독들이 그냥 있겠느냐"라고 반문한 뒤 "사장과 단장이 현장에 간섭하지 않듯이 감독도 야구 행정에 지나치게 관여하면 안 된다"라고 못 박았다.
KBO리그 경기 일정은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원회에서 심의한 뒤 10개 구단 사장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KBO는 지난 3월 시즌 개막을 연기한 뒤 매주 실행위원회와 이사회를 교대로 열었지만, 경기 수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사장과 단장은 없었다고 한다.
프로구단 사장과 단장은 마케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10개 구단 단장 중 7명이 야구인 출신이다.
물론 감독들이 현장에서 애로점을 토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의견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반드시 관철하려 한다면 사장과 단장 업무에 대한 월권행위가 될 것이다.
감독들이 우려하는 '경기의 질' 저하와 선수들 부상은 1군 엔트리를 확대하거나 외국인 선수 확대 등 다른 방법으로도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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