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무너트린 키움 이정후 "프로 첫 끝내기 안타에요"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광고, 오글거려서 못 보겠어요"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4년 차 외야수 이정후(22)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경기 내내 손에서 배트를 거의 놓지 않았다.
더그아웃의 좁은 통로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감각을 유지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수차례 잡혔다.
그 성실한 준비 자세가 극적인 끝내기 안타의 밑바탕이 됐다.
이정후는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팀이 1-2로 뒤진 9회 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볼 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LG 마무리 고우석의 시속 151㎞ 직구가 한복판으로 들어오자 이정후는 날카롭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깨끗한 우전 안타가 됐다. 그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키움은 3-2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9회 말 등판해 2사까지 잘 잡아놓고도 3타자 연속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한 고우석은 이정후에게 케이오 펀치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만난 이정후는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이 중요한 상황에 내보낸다고 해서 더그아웃에서 준비하고 있었다"며 "좋은 타구가 나와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후는 고우석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주 무기인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 거라고 직감했다.
그는 "빠른 공을 생각했다"며 "슬라이더가 들어오길래 직구 타이밍으로 돌렸는데 안 맞았다. 또 슬라이더는 안 던질 것으로 생각했다. 또 속구가 주 무기니까, 주 무기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렇게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시즌 경기처럼 긴장감이 생겼다. 오랜만에 그런 상황에서 타격해서 시즌을 앞두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며 "무관중 경기에서 긴장감을 얻기가 쉽지 않은데, 시즌 때도 오늘 같은 기분으로 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다안타 2위에 오른 이정후가 끝내기 안타를 친 것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테이블 세터만 하다 보니까 이런 기회가 별로 오지 않았다. 프로 데뷔 이후 끝내기 안타는 처음"이라며 "올 시즌에는 중심타선에 들어서는 만큼 득점권에서 좀 더 신경 쓰고 싶다"고 다짐했다.
끝내기 안타의 여운을 즐기던 이정후는 그러나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야구 게임 광고가 화제에 오르자 표정이 변했다.
그는 "너무 오글거려서 그 광고가 TV에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린다"며 "유튜브에서도 많이 나오길래 (광고 영상 없이 유튜브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쑥스러워했다.
그는 "부끄러워서 아예 안 보고 있다"며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광고 촬영했던 건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손혁 키움 감독은 "끝까지 선수들이 집중해줘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이런 경기에 이겨야지만 강한 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1점 차 승부를 잘 이겨낸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