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을 버틴 두산 채지선 "올해는 꼭 1군 등판…체인지업 자신"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우완 채지선(25)은 단 한 번도 1군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아직 젊고, 빠른 공을 갖춘 터라 방출 대상이 된 적은 없다.
하지만 2군 생활이 길어지면서 채지선은 포기하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2020년에는 다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군 진입이 가능한 젊은 투수'로 채지선을 자주 거론한다.
25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채지선은 "기회가 오지 않고 마음이 흔들려서 일찍 군 복무(사회복무요원)를 했고, 팀에 복귀한 뒤 더 열심히 훈련했다"며 "평가전이지만, 1군 스프링캠프와 훈련 중에 등판 기회를 많이 얻었다. 언제 개막할지 모르지만, 잘 버텨서 꼭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채지선에게는 '1군 스프링캠프 합류'가 강한 동기부여였다.
2016년 이후 4년 만에 1군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채지선은 시속 140㎞대 중반 직구와 날카로운 체인지업을 던지며 김태형 감독과 코치진의 시선을 빼앗았다.
채지선은 "지난해 11월 교육리그에서 직구 최고 시속 149㎞를 찍었다. 그런데 이번 캠프에서는 그 정도까지 구속이 나오지는 않는다"며 "직구 구속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제구가 흔들렸다. 지금은 제구를 잡고자 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인지업이 화두에 오르면 채지선의 표정이 밝아진다. 그는 "고교(광주일고) 시절부터 체인지업은 자신 있었다. 3볼에서도 체인지업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며 "코치님들이 '체인지업이 정말 좋다'고 칭찬해주셔서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2020시즌 KBO리그는 3월 28일에 개막해야 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개막이 4월 20일 이후로 밀렸다.
채지선은 "지금 투구 밸런스가 좋다. 지금 정규시즌을 개막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아쉬워하며 "나는 언제든지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는 '보여준 게 없는 선수'다. 자체 평가전, 상대 팀과의 연습경기도 잘 던져서 꼭 1군 경기에 등판하고 싶다"고 말했다.
개막이 밀린 아쉬움을 채지선은 '타자 동영상'을 보며 달랜다. KBO리그 타자들의 타격 영상을 자주 찾다 보니, AI도 같은 종류의 영상을 추천한다.
채지선은 '꼭 대결하고 싶은 타자'로 강백호(kt wiz)를 꼽으며 "최근에 '추천 영상'으로 뜬 강백호 타격 영상을 봤다. 정말 잘해서 감탄했다"고 했다.
5년 동안 단 한 번도 1군을 밟지 못한 선수는 많다. 대부분은 끝내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방출되거나, 스스로 포기해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러나 오랜 무명 기간을 견디고 1군 선수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5년을 잘 버틴 채지선도 1군 선수를 꿈꾸며 더 견디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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