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올림픽 연기 결정에 흔들리는 바흐 IOC 위원장 리더십
'도핑 조작' 러시아에 미온적 대처와 맞물려 비판론 부상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선수들의 거센 반발에 사실상 떠밀려 도쿄올림픽 1년 연기를 결정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67) 위원장의 리더십에 의문부호가 달렸다고 dpa 통신이 28일(한국시간) 전했다.
dpa 통신은 바흐 위원장의 조국인 독일을 대표하는 뉴스 통신사다.
통신은 여러 사안에서 비판을 받아오던 바흐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또 비판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 선수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건강과 안전을 우려해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는데도 바흐 위원장이 오랫동안 주저하다가 24일에야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해서다.
바흐 위원장은 그간 국가 기관이 주도한 도핑 스캔들로 국제 스포츠 질서를 어지럽힌 러시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러시아 선수단 출전 금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 대신 약물 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단체 소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당시 사안보다도 이번 도쿄올림픽 연기 과정에서 바흐 위원장의 리더십을 회의하는 시각이 많아졌다는 게 dpa 통신의 평가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발표 1주일 전만 해도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의 여유가 있는 만큼 정상 개최에 전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코로나19로 훈련장이 폐쇄된 바람에 연습할 공간을 찾지 못해 제대로 올림픽을 준비할 수 없던 선수들이 즉각 IOC의 처사를 비난했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IOC 선수위원인 헤일리 위켄하이저가 "무감각하고 무책임하다"고 포문을 열었고, 영국 조정의 살아 있는 전설 매슈 핀센트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펜싱 남자 사브르 세계랭킹 2위로 독일선수협회 대변인을 맡은 막스 하르퉁은 "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면 불참하겠다"고 밝혔고, 캐나다와 호주 역시 연내에 올림픽이 열리면 선수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육상협회·수영연맹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각 나라 협회마저 올림픽 연기를 촉구하자 그제야 바흐 위원장은 움직였다.
미국 육상의 전설 마이클 존슨은 바흐 위원장에게 "(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결정) 과정을 선수들과 의사소통하라"고 촉구했고, 알폰스 회르만 독일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역시 "위기에서 필요한 건 명확한 의사소통과 결단력 있는 행동"이라며 바흐 위원장의 신속한 연기 결정을 요청했다.
독일 의회 체육위원회의 다그마르 프라이타크 위원장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흐 위원장의 재임 기간 그의 리더십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게 처음이 아니다"라며 "바흐 재임 시절을 회고할 때 이번 올림픽 연기에서 남긴 망설임, 러시아 도핑 문제에서 보인 과감성 부족한 행동은 불가분의 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서독 소속으로 출전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펜싱 플뢰레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올림피언이다.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법률가로 활동하다가 1991년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2013년 IOC 총회에서 8년 임기의 IOC 위원장으로 뽑혔고, 내년이면 1차 임기를 마친다. IOC는 한 번에 한해 위원장이 4년 중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2021년 IOC 총회에서 바흐 위원장의 임기 연장 여부가 가려진다. 바흐 위원장이 조직에서 신임을 잃었는지, 여전히 신뢰를 받는지가 표결에서 가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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