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축구 감독, 국가 공인 자격증 있어야 국가대표팀 이끈다
2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만 대표팀 맡도록 규정 개정·강화 추진
축구협회· KBO, 당혹감 표출…외국인 감독 적용 제외는 '역차별' 소지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장현구 기자 = 앞으로 국가 공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지도자만이 야구, 축구 종목의 국가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발·운영 규정의 개정을 이달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논의해 이사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4일 전했다.
현재 체육회가 운영하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2년간 유예해 프로 선수가 주축이 된 야구·축구대표팀에도 2023년부터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국가대표 선발 규정 15조 '강화훈련 참가 지도자 선발 기준' 1항을 보면, 강화훈련에 참여하는 지도자는 2급 이상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동·하계올림픽, 동·하계 아시안게임 등 체육회 주관 국제대회에 대한민국 선수단으로 참가하는 종목 대표팀 지도자들이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월드컵,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과 메이저리그가 개최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은 체육회 주관 대회가 아니다.
체육회는 축구와 야구를 제외한 모든 종목 대표팀 지도자가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며 앞으로 2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가 야구·축구대표팀 감독, 코치를 맡도록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겨울철 프로 스포츠인 배구와 농구는 국가대표팀 지도자를 뽑을 때 2급 이상 전문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소지자로 신청 자격을 제한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전문스포츠지도사 시험은 1급과 2급으로 나뉜다.
2급 시험은 대체로 필기, 실기, 구술, 연수 4단계로 이뤄진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는 프로스포츠단체(축구·야구·농구·배구·골프)에 등록된 현직 프로 선수나 프로 선수로 3년 이상 선수 경력이 있는 사람은 구술과 연수 시험만 치면 된다.
또 국가대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종목별 국제연맹(IF), 종목별 아시아연맹에서 주최하는 국제대회 중 어느 하나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사람도 구술시험만 보면 된다.
야구와 축구는 그간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실력 위주로 감독을 선임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국가대표 선발의 투명성을 높이고 형평성을 고려해 야구와 축구 종목 지도자 선임도 유예기간을 둬 다른 종목과 동일하게 운영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야구, 축구 종목 지도자 선임이 왜 다른 종목과 다른지 지적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체육회는 외국인 지도자의 경우 국내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딸 필요가 없으므로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 지도 경력만 보기로 했다고도 했다.
이런 체육회의 방침에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당혹감을 나타냈다.
대표팀을 운영하는 축구협회는 특히 체육회가 FIFA 지도자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고 체육 공단의 자격증만 인정하는 것을 비판했다.
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면서도 "FIFA가 대륙별 축구연맹에 권한을 줘 국내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지도자 자격증을 발행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은 건 세계 흐름에 역행하고 왜곡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 자격증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되지만, 전문 스포츠지도자 자격증은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자격증"이라며 "어떤 게 경쟁력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KBO 관계자도 "자격증이 있어야 프로야구 감독, 코치가 되는 상황이 아니어서 체육회의 대표팀 방침을 잘 이해할 수 없다"며 "자격증을 따면서까지 부담이 큰 대표팀 지도자를 맡으려는 인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대표 선발과 대표팀 운영 권한은 아마추어를 관장하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있지만, KBO는 협회의 위임을 받아 프로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는 대표팀의 운영과 선수·지도자 선발을 맡고 있다.
선수들이 프로인 만큼 자연스럽게 감독과 코치도 프로 출신 인사들이 대세다.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를 자부하는 야구·축구는 체육회의 이번 방침이 현실과 동떨어진 처사라며 외국인 감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역차별'의 소지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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