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어퍼컷·남준재의 화살…K리그 개성파 세리머니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90분 동안 펼쳐지는 축구 경기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역시 골이 터질 때다.
시원한 골과 함께 펼쳐지는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된 K리그 개막을 기다리면서, K리그 선수들의 개성 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복기해보자.
◇ 우리는 골 세리머니 '맛집'…부산과 울산
부산과 울산은 선수 개인이 아닌 팀의 세리머니를 보여준 독특한 팀이다.
2018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산 김문환, 호물로, 이동준 등은 색다른 세리머니를 고민하다가 카메라 앞에서 단체로 포즈를 취하게 됐다.
2019년에도 매 경기 누가 득점을 하던 모두가 카메라 앞에 모여 각자 턱을 받치는 포즈, 일렬로 서서 유니폼 마킹을 가리키는 포즈 등 다양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특히 부산이 K리그1 승격을 확정 짓던 2019년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호물로의 득점 이후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 모여 부상으로 빠진 박종우의 유니폼을 펼쳐 들어 화제를 모았다.
울산은 팀의 상징 호랑이를 활용한 재치 있는 세리머니를 여러 번 보여줬다.
2017년 울산에서 뛰던 이종호가 득점 후 양손을 호랑이 발톱처럼 세운 뒤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했고, 이는 울산의 '시그니처 세리머니'가 됐다.
경기 때는 물론이고 경기 종료 후 승리의 단체 사진에서 선수는 물론이고 팬들도 함께하는 울산만의 세리머니다.
◇ 염기훈의 어퍼컷·이동국의 훨훨…베테랑의 품격
전북 이동국은 항상 득점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양쪽으로 펼쳐 훨훨 나는 세리머니를 한다.
특별할 것이 없는 세리머니지만 이동국이 하면 다르다. 통산 224골로 K리그 최다 득점 1위이자 매 경기 기록을 경신해가는 살아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에도 양팔 벌려 환호하는 이동국의 세리머니가 나올 때마다 한국 축구사는 새로 쓰인다.
프리킥의 달인 수원 염기훈은 항상 골을 넣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한다. 입을 크게 벌리고 짜릿한 표정을 짓는 게 포인트인데, 마치 '이게 골 맛이야'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그라운드의 로맨티스트 제주 정조국은 항상 아내를 위한 반지 키스 세리머니를, 서울 박주영은 득점 후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세리머니를 갖고 있다.
◇ '이름값'아닌 '별명값' 하는 송시우·남준재
인천 송시우는 주로 후반 중반에 투입돼 극적인 골을 자주 넣어 '시우타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송시우는 시우타임에 골을 넣을 때면 자신의 손목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을 열광케 한다.
제주 남준재의 트레이드마크는 화살 세리머니다. 득점 후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 덕분에 레골라스라는 별명도 얻었다.
눈을 가렸다가 서서히 얼굴을 보여주는 기생충 하트 세리머니 등으로 화제를 모았던 지난해 리그 MVP 김보경은 올해 전북 유니폼을 입으며 더욱 다양한 세리머니를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 득점 후 관제탑 댄스를 선보이는 상주 문선민, 흥겨운 춤을 추는 부산 빈치씽코, 팬들에게 거수경례하는 페시치, 늘 서포터에게 달려가 두 팔을 위로 벌리고 포효하는 무고사 등 재치 있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선수들이 뜨거운 골과 함께 팬들을 즐겁게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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