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마스크 쓴 채 체육수업 가능할까?…대학 골프강의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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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마스크 쓴 채 체육수업 가능할까?…대학 골프강의 들어보니

메이저 0 354 2020.05.16 07:32
                           


[인턴액티브] 마스크 쓴 채 체육수업 가능할까?…대학 골프강의 들어보니



(서울=연합뉴스) 정윤경 인턴기자 = 초중고 등교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교내에서 상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자 신체 활동량이 많은 체육 수업 시간에 호흡 곤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중국 허난(河南)성에서 중학생이 체육 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달리다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해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초중고에 앞서 이달 초 등교 개강을 시작한 대학에서는 체육 강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11일 서울시 노원구 한 사립대학에서 '일일 학생'이 돼 골프 강의를 들어봤다.

이날은 이 대학이 실험·실습·실기 과목 중 필요한 과목에 한해 대면 수업을 허용한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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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이론과 실습 등을 배우는 '레저스포츠' 과목 수강 인원은 20명이었지만 10명 이내로만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다는 학교 측 지침에 따라 반이 2개로 나뉘었다. 이 때문에 오후 3시부터 3시간인 수업 시간이 정오부터 6시간으로 두 배 길어졌다.

실습 장소인 야외 골프장에서는 박모 교수가 학생간 일정 간격을 둔 채 발열 검사를 하기 위한 동선을 짜는 데 여념이 없었다.

박 교수는 수업 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도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강생 명부 기록, 발열 체크, 개인 장갑 배부 등 대면 수업을 위한 절차를 직접 수행했다.

그는 학생 간 간격을 벌리기 위해 두뼘 정도 되는 의자를 5칸씩 띄워 앉도록 했다.

박 교수는 "지금 나눠드린 장갑과 각자 착용하고 온 마스크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절대 빼면 안 된다"며 방역 수칙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강의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양팔 간격으로 벌려 박 교수 지시에 따라 준비운동을 했다.

골프채를 들고 어깨, 허리 운동과 제자리 뛰기까지 하니 5분이 채 되지 않아 마스크와 장갑에 땀이 찼다.

그러나 답답하다고 벗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학생들은 대화 대신 사전 온라인 강의에서 합의한 손동작으로 교수와 의사소통을 했다.

교수가 골프채를 쥐는 시범을 보인 뒤 이해했는지를 묻자 학생들은 오른손으로 OK' 표시를 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수강생 전원이 'OK' 표시를 하자 교수는 다음 진도를 나갔다.

이번에는 퍼팅 자세를 배웠다.

학생들은 골프채를 쥐는 손 위치를 헷갈리는 등 낯선 동작에 허둥지둥했지만 박 교수로부터 자세 교정 대신 "검지를 뻗어 약지에 갖다 대 보세요"라는 조언밖에 들을 수 없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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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연습이 시작됐을 때는 햇볕이 더 강하게 내리 쬐며 체감온도가 22도까지 올랐다.

20번가량 스윙을 하자 마스크가 땀과 화장품으로 얼룩졌다. 오래 착용한 마스크 줄 때문에 귀가 빨개졌다.

그러나 수업이 끝날 때까지 마스크나 장갑을 벗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쉬는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잡담을 삼간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아 각자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물을 마실 때도 일정 거리를 두며 움직였다.

수강 인원 제한,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까지 한 탓에 북적거려야 할 쉬는 시간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힘들었다. 정오부터 3시간 동안 기자와 대화를 나눈 학생은 한 명뿐이었다.

그마저도 '학과가 어디예요', '2학년이면 몇 학번이죠' 등 짧은 대화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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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거리두기'를 준수한 실습수업에 대체로 만족을 표시했다.

4학년 김모(24)씨는 "온라인 (골프) 강의는 이론 수업에 치중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직접 골프채도 잡아보고 퍼팅 연습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며 "학교와 개인이 지금처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다른 수업도 실습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오늘 준비운동만 했는데도 마스크에 땀이 차 불편했다"며 "종강이 미뤄진 만큼 지금보다 더울 때 실습을 나와야 하는데 벌써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6~7월에는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강의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4학년 박모(23)씨는 "이태원 클럽 등 무더기로 확진자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수업에 들어오기 전 불안한 마음이 컸다"며 강의 이후에도 우려가 말끔히 가시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실습수업 장소 등을 고려해 학생 간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전체 수강 인원을 구상했다"며 "이에 부담을 느낀 학생 5명가량은 자진해 수강을 중도 포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선 대학은 담당 교수 재량에 따라 실습 인원을 조정할 수 있고, 학생이 수업을 중도 포기할 수 있어 대면 강의가 가능했다"며 "그러나 학급당 인원이 30명에 가깝고 학생이 시간표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없는 초중고에서 교육부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중고에서 체육 수업을 진행하려면) 실습 전 사전 교육을 통해 어떤 종목과 동작을 배울 것인지, 의사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고 같은 반이라도 시간대를 나눠 신체 접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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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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