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다 연패만은 피하고 싶었지만…18연패 '악몽의 날'
연패 끊으려 안간힘…호잉은 짧게 머리 깎고 김태균은 몸 날리는 슬라이딩
백약이 무효…한화, 18연패로 35년 만에 프로야구 최다연패 타이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날 부산에서 17연패를 기록하고 대전으로 상경한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1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비장한 모습으로 훈련을 시작했다.
최근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던 재러드 호잉은 머리를 짧게 깎고 이를 악물었다.
대전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한화 선수들은 그렇게 두산 전을 준비했다.
여느 때와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한화 최원호 감독 대행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프로야구 최다 연패 타이기록 위기에 선수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는 투쟁심이 강한 외야수 양성우를 2군에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 선수들은 무거운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상대 선발은 올 시즌 15경기에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7.64를 기록하고 있던 최원준.
최원준은 기존 선발 이용찬의 부상 이탈 여파로 임시 선발 역할을 맡았다.
한화 선수들에겐 연패를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배트는 번번이 허공을 갈랐다.
한화 타자들은 3회까지 단 1안타에 그쳤고 삼진 3개를 헌납했다.
그 사이 선발 투수 채드 벨은 3점을 내줬다.
18연패의 암흑이 드리워지자 한화 선수들의 팔다리는 더 무거워졌다.
김태균은 4회 말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기록한 뒤 2루에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을 했지만, 후속 타선이 침묵하면서 홈을 밟지 못했다.
한화 선수들은 애를 썼다.
0-4로 뒤진 6회 초 수비가 끝난 뒤엔 다 함께 더그아웃 앞에 둘러서서 "파이팅"을 외쳤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전 하늘에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장은 한화 응원단의 응원 소리만 공허하게 들렸다.
한화는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힘을 냈다.
제구가 흔들린 상대 바뀐 투수 함덕주를 상대로 선두 타자 김태균이 중전 안타를 기록했고, 이후 상대 투수 폭투와 노태형의 좌전 적시타, 박상언의 내야 땅볼 등으로 2점을 따라붙었다.
한화가 득점한 건 22이닝 만이었다.
거기까지였다. 한화의 추격전은 2점으로 막을 내렸다. 최종 스코어는 2-5.
한화 선수들은 텅 빈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인 뒤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한화는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에 이어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18연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2020년 6월 12일. 프로야구사에 슬픈 한 페이지가 작성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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