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이 아니었다" 국기원 전 사무총장 명예퇴직 무효소송 패소
오대영 전 총장 "오현득 전 원장이 '함께 사직하자' 권유" 주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부정 채용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오대영 전 국기원 사무총장이 국기원에서 명예퇴직한 것은 자신의 의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도영 부장판사)는 오 전 사무총장이 국기원을 상대로 "명예퇴직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오 전 사무총장은 국기원의 각종 비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2018년 9월 '2억원 이상의 수당을 받는 조건으로 명예퇴직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의 명예퇴직 의향서를 제출했고, 명예퇴직 안건은 이사회를 통과했다.
며칠 뒤 오 전 사무총장은 다시 명예퇴직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세후 2억5천만원을 받는 조건'이라는 내용을 추가했고, 국기원은 의향서대로 2억5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품의서를 썼다.
그런데 국기원은 며칠 뒤 수당 지급 직전 품의서를 수정한 뒤 2억1천500만원만 지급했다.
오 전 사무총장은 "품의서를 번복해 원안과 다른 금액을 책정하면서 나와 합의하지 않았고, 지금 퇴직하면 국기원 비리의 모든 책임을 시인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며 명예퇴직 의향 철회서를 냈다.
국기원이 철회서를 받아들이지 않자 오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 소송을 내 "당시 명예퇴직 의향서를 낸 것은 오현득 당시 국기원장이 '비리 수습 방안으로 함께 사직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 전 사무총장은 재판에서 "혼자 사직하는 것이라면 명예퇴직 의향서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예퇴직 의향서는 내 진의(眞意)가 아니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령 오 전 원장과 함께 사직하는 것으로 알고 명예퇴직 의향서를 냈더라도 자신의 의지로 제출한 이상 의사가 결여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의가 아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오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명예퇴직을 의결한 이사회에 참석했다"며 "이사회 의결이 이뤄진 무렵 국기원의 묵시적인 승낙에 따라 명예퇴직은 성립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오 전 사무총장은 오 전 원장의 지시를 받아 국기원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유출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이와 별도로 오 전 사무총장은 오 전 원장이 경찰의 국기원 압수수색에 대응하기 위해 국기원 예산을 로펌에 지급하는 등 자금을 횡령하는 과정에 공모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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