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렉서스 마스터즈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승택은 큰 체격과 공격적인 플레이로 '불곰'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알고 보면 '새가슴'이었다.
이승택은 1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한 뒤 "그동안 우승하지 못했던 건 중요한 순간에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다"고 털어놨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최초의 한국인 장타자인 이승택은 "지난 4월 KPGA 파운더스컵에서 우승 기회를 놓쳤을 때 리더보드를 보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했다"면서 "그때 '다음에 똑같은 상황에 온다면 리더보드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보드를 안 봤으면 이번이 2승째가 됐을 것이라고 농담까지 곁들였다.
아닌 게 아니라 이날 이승택은 5타차 선두로 맞은 18번 홀(파4) 1m 파퍼트를 남기고 리더보드를 봤다고 밝혔다.
17번 홀(파3)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가 티 구역에 들어서면 순위를 알리지만 이승택은 "내 순위를 알리는 순간 캐디가 노련하게 말을 걸어서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택은 결정적인 순간이면 한없이 오그라드는 마음을 최근에 차츰차츰 다스리게 된 것이 그토록 고대하던 우승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프로가 된 지 10년 만에 첫 우승을 하니 말로만 듣던 우승이 이렇게 기분이 좋구나 실감했다"는 이승택은 기다려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할 땐 눈물을 글썽였다.
긴장을 많이 하는데 긴장을 내려놓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승택은 이번 우승에 선배 박상현의 조언도 한몫했다고 소개했다.
"4월 KPGA 파운더스컵에서 준우승하고 박상현 선배가 '나도 그럴 때가 많았다. 연장전에서 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네게는 너만의 골프가 있지 않냐. 퍼트할 때 떨지 말고 연습한 대로 해라'고 조언했다"는 이승택은 "박상현 선배 말고도 많은 선배 프로가 좋은 말씀을 해주신 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파4홀 세 곳에서 투온을 시도해 이글 1개와 버디 3개를 뽑아내고 14번 홀(파4)에서는 348야드 티샷으로 원온에 성공해 가볍게 1타를 줄이는 등 무시무시한 장타를 뽐낸 이승택은 "아카데미에서 드라이버로 정확한 페이드샷을 구사하는 연습에 집중했다"며 종종 말썽을 부리던 드라이버가 이제는 자신 있게 휘두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KPGA 투어에서는 장타 순위 38위(296.74야드)에 그친 이승택은 "국내 경기 때는 드라이버를 자주 잡지 않는다"면서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는 평균 티샷 거리가 326야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KPGA 투어 장타 1위 장유빈과 비슷한 거리를 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승 물꼬를 튼 이승택은 "앞으로 이승택만의 골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이승택만의 골프는 공격 골프다.
"공격적인 골프로 더 많은 볼거리를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어릴 때부터 강력한 퍼포먼스를 좋아했다"는 이승택은 "이승택 표 골프는 공격 골프"라고 못을 박았다.
오는 5일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이승택은 "미국 진출 꿈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