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연합뉴스) 권훈 기자 =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던 조우영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따냈다.
조우영은 20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KPGA 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총상금 10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쳐 3라운드 합계 16언더파 200타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폭우 때문에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72홀이 아닌 54홀 경기로 우승자를 가렸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아 상금랭킹 15위에서 7위(4억5천468만원)으로 올라섰다.
조우영은 "채리티 대회의 취지에 공감해 상금의 30%인 6천만원을 소아 환우 치료비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을 마친 뒤 조우영은 작년 4월 골프존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당시는 아마추어 신분이라 프로 신분으로는 이번이 첫 우승이다.
KPGA 투어에서 10년 만에 나온 아마추어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김시우와 임성재, 그리고 장유빈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던 조우영은 KPGA 투어에서 또 한 번 정상에 올라 우량주임을 입증했다.
특히 조우영은 작년 10월 나란히 프로 무대에 뛰어들어 늘 앞서갔던 장유빈을 따라잡을 동력을 얻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동료 장유빈은 지난 7월 군산CC 오픈에서 프로 무대 첫 우승을 올렸고 상금,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평균타수 등 전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반면 조우영은 프로 데뷔 이후 작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7위로 반짝했지만, 본격적인 프로 활동 원년인 올해는 지난달까진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데상트코리아 매치 플레이 준우승만 돋보였을 뿐 6번이나 컷 탈락했고 좀체 상위권에서 이름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조우영은 지난달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공동 4위에 이어 백송홀딩스ㆍ아시아드CC 부산오픈 공동 3위로 상승세를 탄 끝에 고대하던 첫 우승을 일궈냈다.
조우영은 "(장)유빈이가 추천해준 말렛 퍼터로 바꾼 뒤부터 성적이 좋아졌다"면서 "유빈이가 상승세를 타는 동안 하락세였는데 이번 우승으로 어느 정도 아쉬움을 씻었다. 프로 조우영으로 1승을 했으니 앞으로 2승, 3승 등 승승장구하겠다"고 말했다.
임예택과 배용준 등 공동 선두 2명에 4타 뒤진 공동 11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조우영은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100%에 그린 적중률 100%의 정확한 샷을 앞세워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잡아내는 역전극을 펼쳤다.
초반부터 물오른 샷 감각을 뽐낸 조우영은 1번(파5), 3번(파4), 4번 홀(파3) 버디로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9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12언더파로 5명의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한 조우영은 임예택과 잠시 선두 경쟁을 벌였다.
임예택이 13언더파로 달아나자 조우영은 10번 홀(파4) 버디로 따라잡았다.
임예택이 9번 홀(파4)에서 14언더파를 만들자 13번 홀(파4) 버디로 응수한 조우영은 14번 홀(파5)에서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가볍게 1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조우영은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짧게 치는 바람에 홀에서 10m나 떨어진 곳에서 버디 퍼트를 해야 했다.
하지만 조우영이 과감하게 굴린 버디 퍼트는 홀에 빨려 들어갔고, 조우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조우영은 "그 퍼트가 들어가는 순간에 드디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우영이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직후 1타차 2위 임예택은 14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페널티 구역으로 보내는 치명적인 실수 끝에 1타를 잃어 조우영을 추격할 힘을 잃었다.
임예택은 이후 1타도 줄이지 못하고 3타차 공동 3위(13언더파 203타)로 만족해야 했다. 임예택은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조우영은 임예택 등 챔피언 조가 경기를 끝낼 때까지 1시간가량 기다렸다가 우승 축하 물세례를 받았다.
첫날 공동 선두에 올랐던 허인회가 4언더파 68타를 때려 2타차 2위(14언더파 202타)에 올랐다.
노장 강경남이 3타를 줄인 끝에 임예택과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임예택과 함께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시작한 배용준은 9번 홀까지 3타를 잃어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고 후반에 3타를 만회해 공동 5위(12언더파 204타)에 그쳤다.
이형준이 3언더파 69타를 쳐 배용준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랐다.
장유빈은 4타를 줄여 공동 11위(10언더파 206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