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패 후 2연승' 여자배구 기업은행, 다크호스로 급부상(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감독 교체에 따른 일시적 각성효과인가 아니면 우승 후보의 저력이 살아난 것일까'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행보가 2025-2026 V리그 2라운드 막판 주목받고 있다.
7연패의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가 김호철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2연승 상승세를 타면서 중위권 팀들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출발은 좋았다.
지난 9월 28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여수·농협컵(컵대회) 결승에서 한국도로공사를 3-1로 꺾고 9년 만에 컵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려 V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때는 7명의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우승팀 후보 투표에선 무려 5표를 받아 기대감이 컸다.
시즌 개막전인 10월 19일 원정경기에서 '쿠바 특급'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를 앞세운 GS칼텍스에 1-3으로 졌으나, 같은 달 24일 페퍼저축은행과 홈경기에서 3-1로 이겼다.
하지만 같은 달 28일 한국도로공사전 1-3 패배를 시작으로 지난 달 22일 현대건설 0-3 완패까지 7경기 연속 패배가 이어졌다.
7연패 기간 도로공사와 현대건설에 두 번씩 졌고, 흥국생명과 정관장, GS칼텍스에도 덜미를 잡혔다.
급기야 김호철 전 감독이 현대건설전 패배 후 자진해서 사퇴했고, 여오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기업은행이 여오현 대행 체제에선 달라졌다.
팀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안정을 찾아 2연승을 달렸다.
여오현 대행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달 26일 흥국생명전에서 3-0으로 완승하더니 같은 달 30일에는 2위를 달리던 페퍼저축은행도 3-2로 꺾고 2연승 휘파람을 불었다.
직전 7연패 경기 때와 연승 첫 경기에선 선수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경기력이 갑자기 살아나 배구 커뮤니티에선 연패 기간 '태업'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김호철 전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한 것에 자극받아 심기일전한 효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전술상의 미세한 변화도 한몫했다.
7연패를 끊었던 흥국생명과 경기가 끝난 후 최종 수비를 책임졌던 '최리'(최고 리베로) 임명옥은 "분위기 반전에는 승리밖에 없다고 생각해 (김호철) 감독님이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만큼 해보자는 결의를 다졌다"면서 "수비 위치에 대한 생각을 여오현 감독대행님이 잘 받아줘 조정하면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베로인 임명옥이 수비 범위를 더 넓혀 육서영 등 다른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수비 부담을 줄여 공격력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직전 경기까지 부진에 시달렸던 육서영은 흥국생명전에서 15득점에 공격 성공률 40.5%의 활약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페퍼저축은행전 때는 외국인 주포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의 매치업 조정이 효과를 봤다.
여오현 대행은 당시 경기 후 "빅토리아가 원래는 2번에서 블로킹과 공격을 많이 가져가는데, 자리를 바꿔 4번에서 때리는 공격 비중을 크게 늘렸다. 전 경기에서 4번 자리 스윙이 괜찮아 보여 선택한 변화였는데 괜찮게 작용한 것 같다"며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상승세는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2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4일 정관장과 홈경기에 이어 3라운드 첫 경기에선 GS칼텍스와 만난다.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4일 연합뉴스에 "육서영 선수의 공격력이 살아난 점은 고무적"이라면서 "임명옥 선수가 같은 리베로 출신인 여오현 대행과 소통이 잘되면서 수비도 안정을 찾은 게 상승세의 요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위원은 이어 "기업은행이 시즌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던 만큼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면 중위권도 팀도 위협할 수 있는 전력"이라면서 "당분간 기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