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중국]=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20일 정오께 중국 항저우 인근 도시 진화의 기온은 35도까지 치솟았다.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황선홍 감독은 이날 선수단을 절반만 데리고 진화체육전문학교 운동장에 나타났다.
전날 쿠웨이트와 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기록적인 9-0 대승을 이끈 주축들은 숙소에 뒀다.
각각 3골, 2골, 1골을 넣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영욱(김천), 엄원상(울산)을 비롯해 중원에서 중심을 잡은 주장 백승호(전북), 정호연(광주) 등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은 아직도 여름이 기승을 부리는 중국 남부의 뙤약볕을 피했다.
이들이 시원한 숙소에서 회복에 집중하는 사이 쿠웨이트전을 벤치에서 시작한 10명은 그라운드에 나타난 지 5분도 안 돼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서 떨어졌다.
이 중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대표팀에 승선했던 홍현석(헨트), 설영우(울산)도 있었다.
클린스만호에 소집돼 9월 A매치 2연전을 소화한 둘은 실력만 보면 충분히 주전급 자원이지만, 컨디션 관리차 쿠웨이트전은 길게 뛰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마친 둘은 단거리를 박차는 등 각종 워밍업 훈련에 매진하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두 선수를 비롯해 '훈련조'에 당첨된 10명의 선수는 태국과 2차전에 더 많은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회에서는 경기가 촘촘하게 배정된 만큼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활약하면서 서로 체력을 보충해줘야 한다.
당장 21일 오후에 예정된 태국전까지 휴식 시간도 단 하루다.
실제로 황 감독은 쿠웨이트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단 로테이션 가동 여지를 남겼다.
황 감독은 "하루 쉬고 바로 경기를 해야 해 (대표팀) 기술 부서와 면밀히 의논하겠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며 "조별리그 일정에 따라 조금 조절할 생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최준(부산)은 "(이강인을 포함해) 우리 22명의 선수가 모두 다 좋은 선수다. 어느 선수가 빠져도 부족함 없이 경기장에서 다 보여줄 수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중앙 수비수 이재익(서울 이랜드)도 "1차전 박진섭과 이한범이 아주 좋은 활약을 펼쳐 무실점을 이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먼저 나가는 선수, 뒤에 있는 선수 모두 다 중요하다. 누가 나가도 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내일 경기에 뛰게 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