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골프 대회는 타이거 우즈(미국)가 출전하는 대회와 출전하지 않는 대회 둘로 나뉜다.
'골프 황제' 우즈의 등장 이후 '진리'가 된 말이다. 우즈가 출전하면 구름 관중이 몰리고 TV 중계 시청률이 올라가지만, 우즈가 출전하지 않으면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우즈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대회가 바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가 주관하는 가족 대항 골프 대회 PNC 챔피언십이다.
올해 25회째를 맞는 PNC 챔피언십은 꽤 오랜 역사가 말해주듯 처음에는 인기 높은 이벤트 대회였다.
지금처럼 정규 투어 대회가 빽빽하게 열리지 않았을 때는 비시즌에 스타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즐길 드문 기회였다.
이 대회 출전 자격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선수에게만 주어졌기에 출전 선수 명단은 언제나 화려했다.
그러나 숨 가쁜 시즌을 보낸 특급 선수들이 상금도 적은 이벤트 대회에 나가기보다 휴식을 선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심지어 2009년부터 3년 동안은 타이틀 스폰서도 없었다.
아널드 파머가 애쓴 덕분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금융 회사 PNC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숨통이 트였다.
PNC가 처음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2012년 대회 때 파머는 손자를 데리고 출전해 보답했다.
파머가 타계하자 잭 니클라우스가 나섰다. 리 트레비노와 함께 대회 흥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80세가 넘으면서 경기에 나서기 힘들어진 니클라우스도 더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애초 아버지와 아들만 출전해 부자(父子) 대회였지만 사위, 딸 등 가족 누구라도 나올 수 있는 가족 대회로 바꾸는 등 노력을 기울였어도 팬들의 눈길을 끌 한 방은 없었다.
한때 인기 이벤트 대회였지만 2008년을 끝으로 없어진 스킨스 게임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쇠락 위기를 맞은 PNC 챔피언십은 2020년 타이거 우즈가 아들 찰리를 대동하고 출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우즈 부자가 처음 출전한 2020년 대회와 2위를 차지한 지난해 대회는 메이저대회 못지않은 주목을 받았다.
PNC 챔피언십은 갑자기 12월에 꼭 봐야 할 대회로 신분이 격상됐다. TV 중계방송 시청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고, 서브 스폰서도 줄을 이었다.
PNC 챔피언십을 만들고 지금까지 운영하는 IMG 최고 경영자 앨러스터 존스턴은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했을 때 그에게 내가 처음 건넨 말은 '이제, 부자 골프 대회에 나올 수 있게 됐어'였다"며 웃었다.
특히 2020년부터 이 대회 흥행의 주인공은 찰리가 맡았다.
미디어는 온통 찰리의 샷을 포함해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했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우즈가 출전한 대회에서 우즈가 뒷전으로 밀린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우즈도 자신이 뒷전으로 밀린 게 싫지는 않다는 태도다.
올해도 아들 찰리와 출전하는 우즈는 PNC 챔피언십을 앞두고 "샷은 다 찰리가 하고, 나는 퍼트로 홀아웃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