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미국에선 차를 정리했고, 한국에서는 차가 없어서 뭘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고별전에서 '명품 아이언 샷'으로 홀인원을 작성한 최나연(35)은 마침 꼭 필요했던 차를 장만했다며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최나연은 22일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3라운드 12번 홀(파3·171야드)에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만들어내 1억 5천만원 상당의 BMW 신형 차량을 부상으로 받았다.
2012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등 LPGA 투어에서 9승을 보유한 최나연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 이번 대회에서 LPGA 투어 고별전을 치르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대회에서 많은 동료, 팬 등의 축하를 받으며 15년을 누빈 무대와 작별하고 있는데, LPGA 투어 개인 통산 4번째 홀인원이 나오며 은퇴 경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나연은 "공이 계획한 대로 정확히 떨어졌고, 정확히 굴러서 들어갔다. 완벽한 샷이었다"며 "치자마자 날아갈 때 우선 소름이 돋았다. 공이 없어져서 홀인원이라고 생각하고도 계속 체크했는데, 걸어가면서도 소름이 돋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홀인원이 기뻐야 하는데, 울컥했다. 투어 생활을 오래 하며 끝자락에는 힘든 시기도 조금 있었는데, 지금까지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는 느낌"이라며 "좋은 것만 기억하며 가라는 의미인가보다"는 남다른 감회도 전했다.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타던 차량을 정리했고 국내에서는 아직 별도의 차량이 없어서 구매할 계획이었던 터라 최나연에게 홀인원 부상은 더욱 값진 은퇴 선물이 됐다.
최나연은 "이번 대회 2개 홀에 홀인원 차량 부상이 걸려 있어서 (4라운드 동안) 총 8번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쳤다"며 "홀인원을 하더라도 먼저 나오는 게 중요한데, 후반으로 빨리 나간 것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사라지는 게 싫었는데 오늘 홀인원으로 제 마지막이 많은 분께 기억될 것 같아서 투어 생활 중 오늘이 가장 기쁘다"고 특별함을 표현했다.
또 "꼴찌를 하지 않고 이 대회를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였는데, '최나연의 아이언 샷이 아직 좋구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좋다.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잘 맞아서 똑바로 가서 들어간 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나연은 "아침부터 팬들이 많이 오셔서 홀인원 뒤에 하이 파이브도 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홀인원을 보신 분들도 하시는 일이 다 잘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3일 LPGA 투어 생활의 마지막 라운드를 남긴 그는 아직은 'LPGA 투어 선수 최나연'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보일지 정하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최나연은 "마지막 홀을 끝내면 눈물이 나올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리고 울컥한다"며 "일단 경기를 마치면 팬들과 단체 사진을 꼭 찍어서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 계획에 대해선 "우선 유튜브는 계속할 것이다. 공부나 안 해본 운동도 해보고 싶다"며 "기회가 되면 주니어 선수들의 '멘토'도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