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손목 부상으로 휴식을 취하다 약 2개월 만에 실전에 돌아온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이 힘겨운 첫날을 보냈다.
고진영은 20일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컨트리클럽(파72·6천647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6개, 한 홀에서 5타를 잃는 '퀸튜플 보기' 하나를 엮어 8오버파 80타를 쳤다.
LPGA 투어 선수 68명과 초청 선수 8명, 대한골프협회 추천 아마추어 선수 2명 등 총 78명이 나선 가운데 고진영은 공동 7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여자 골프 세계 1위를 고수하는 고진영은 8월 하순 캐나다에서 열린 CP 여자오픈 이후 약 두 달 만에 실전에 나섰다.
8월 AIG 여자오픈과 CP 오픈에서 연속 컷 탈락을 기록한 뒤 손목 부상 치료 등을 이유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다가 타이틀 방어전으로 복귀했다.
대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에서 "완전히 안 아픈 건 아니고, 많이 아픈 것도 아니다"라고 상태를 설명했던 그는 이날 세계 2위 아타야 티띠꾼(태국), 3위 이민지(호주)와의 동반 라운드로 갤러리를 몰고 다녔으나 아직은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은 듯했다.
전반엔 4∼5번 홀 등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한 타를 줄였으나 후반에 급격히 무너졌다.
10∼13번 홀 보기를 쏟아내는 난조를 보였고, 마지막 18번 홀(파5)에선 티샷이 왼쪽 숲으로 빠지는 등 실수가 이어져 한 번에 5타를 잃으며 경기를 마쳤다.
8오버파와 80타 모두 고진영이 LPGA 투어에서 써낸 가장 좋지 않은 스코어다. 이전엔 2017년 3월 ANA 인스피레이션 2라운드와 2018년 11월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1라운드의 6오버파 78타가 최악의 스코어였다.
고진영은 "오랜만에 대회에 나와서 설레었는데, 그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지 잘 풀리지 않았다. 속상하지만, 손목 핑계는 대고 싶지 않고 최선을 다했으나 제가 못 친 것"이라며 "부족한 부분이 나아지도록 남은 라운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1∼3위의 동반 라운드에서 고진영이 부진하고 이민지는 공동 19위(2언더파 7타)에 자리한 가운데 티띠꾼이 보기 없이 이글 하나에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9언더파 63타로 단독 선두에 올라 완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2승을 거둬 신인상 레이스에서 1위를 달리는 티띠꾼은 세계랭킹에선 고진영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신인왕을 굳히고 세계랭킹 1위까지 꿰찰 수 있다.
티띠꾼은 "그린 경사면이 많아서 공을 좋은 위치에 가져다 놓는 것이 우선이었다. 탄탄한 라운드를 펼쳤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라운드였지만, 오늘은 바로 잊고 내일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교 1학년인 아마추어 국가대표 상비군 김민솔(16·수성방통고)이 8언더파를 몰아치며 티띠꾼과 한 타 차 2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김아림(27)과 홍예은(20), 앤드리아 리(미국)가 공동 3위(6언더파 66타)를 형성했다.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앨리슨 리, 릴리아 부(이상 미국)가 공동 6위(4언더파 68타), 박성현(29)과 최혜진(23), 김효주(27), 제니퍼 컵초(미국) 등이 공동 9위(3언더파 69타)로 첫날을 보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하고 이번 대회를 LPGA 투어 고별전으로 삼는 최나연(35)은 공동 66위(3오버파 75타)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78명이 나흘간 컷 탈락 없이 기량을 겨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