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운동, 발열체크 생략…헬스장 '코로나 뇌관' 우려
밀폐된 공간서 운동하면 침방울 튀어 2·3차 감염…실제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임성호 기자 = 14일 정오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헬스장. 몇몇 직장인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운동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헬스장을 찾은 고객의 발열 체크를 하는 직원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이용자들은 마스크를 쓴 채로 입장했지만, 운동하면서 숨쉬기가 답답해지자 턱 밑으로 내려쓰거나 아예 벗기도 했다.
헬스장에 온 직장인 김모(29)씨는 "면마스크는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하지만 운동할 때 방역 마스크를 쓰면 너무 답답해서 면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예 마스크를 귀에 걸고 운동하는 직장인도 보였지만, 누구도 통제하지 않았다.
이달 6일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이후, 서울 시내 헬스장 곳곳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과 홍대 주점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상황에서 헬스장이 또 다른 코로나19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헬스장에 다니는 회사원 송모(32)씨는 헬스장 입구에서 착용 여부를 검사받을 때는 마스크를 쓰지만 운동 도중 벗는다고 한다.
트레이너나 안내 직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헬스장 측이 출입 고객에 대한 발열 체크를 생략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주부 오모(59)씨는 서울 마포구의 한 헬스장에 6개월째 다니고 있다.
지난달 초만 해도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헬스장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씨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후 헬스장 이용자들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 소재 헬스장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송모(29)씨는 "요즘엔 헬스장에서 체온도 안 재는데다가, 이용자들이 정수기 주변에 모여 마스크를 벗고 물을 마시는 경우가 많아 다니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이런 걱정은 실제 사건으로도 입증된다.
최근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가 동작구 소재 헬스장을 이용하면서 다른 이용자를 감염시킨 사례도 나왔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16일 "밀폐된 공간에서 운동하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침방울이 튀어 2·3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많은 인원이 가까운 거리에서 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조용한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때는 가급적 실내 활동을 피해야 한다"며 "헬스장 운영자는 이용자간 거리를 두고 환기를 자주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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