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대 스모 선수, 코로나로 사망…日열도 '충격'(종합)
첫 증상 발현 후 '보건소 연락' 불통…병원 찾는데도 며칠 걸려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김호준 특파원 =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相撲) 선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첫 사례가 나왔다.
이 선수는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보건소 측으로부터 검사 관련 상담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입원할 병원도 찾지 못해 나흘 이상이나 헤맨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스모협회는 13일 코로나19에 걸려 도쿄 시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스에타케 기요타카(末武淸孝·28) 선수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쇼부시'(勝武士)라는 선수명으로 활약해온 스에타케의 계급은 스모 선수를 구분하는 상위 10등급 가운데 아래에서 3번째인 산단메(三段目)였다.
건강한 신체의 상징으로 통하는 스모 선수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사례가 처음 나온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키가 165㎝인 스에타케는 스모 선수치고는 작은 몸집이었지만 지병으로 당뇨병을 앓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그의 건강 상태를 우려하는 주위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스에타케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뒤 보건소 측에 전화했으나 통화하지 못하고, 증상이 악화한 후에도 입원할 병원을 제때 찾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모협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스에타케가 지난달 4일 38도의 고열이 시작된 뒤 코치진이 이틀에 걸쳐 보건소에 계속 전화했으나 통화하지 못했다.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환자가 아닐 경우 일반적으로 먼저 보건소에 전화해 상담을 받은 뒤 진단 검사를 거쳐 입원 병원을 안내받도록 하고 있다.
보건소 측과 제대로 통화하지 못한 코치진은 지난달 7일까지 나흘간이나 동네 병원 여러 곳을 물색했지만 코로나19 의심 환자 받기를 꺼리는 분위기 때문에 입원할 곳을 찾지 못했다.
스에타케는 첫 증상이 나타나고 5일째인 지난달 8일에야 피가 섞인 혈담이 나오자 구급차를 불렀다.
그러고도 입원할 병원을 배정받지 못하고 헤매다가 그날 밤이 돼서야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병원의 간이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고, 하루 뒤에 상태가 악화해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 진행한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9일부터 병세가 악화해 집중치료를 받은 스에타케는 결국 이날 새벽 0시 30분께 코로나19로 인한 다장기부전(多臟器不全)으로 사망했다.
스에타케 선수가 증상 발현 초기에 신속한 검사를 받지 못하고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을 놓고 인터넷 공간에선 정부를 비판하면서 충격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의 과정이 너무나 나빴다"며 "이래 가지고는 살 수 있는 사람도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비판했다.
다른 한 네티즌은 "28세라면 너무 젊은데,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놀라움을 표현했다.
한편 일본스모협회는 내주부터 '리키시'(프로 스모 선수) 693명을 포함해 협회 관계자 1천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었는지 병력을 확인하는 항체검사를 하기로 했다.
스모협회는 애초 오는 24일부터 예정됐던 여름 대회인 '나쓰바쇼(夏場所)'를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연장 결정에 맞춰 취소했다.
앞서 매년 3월 개최하는 '하루바쇼(春場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무관중 경기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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