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뒷문…프로야구 마무리투수 집단 부진
하재훈·고우석·정우람·이대은, 잃어버린 위용
공인구 적응 마친 타자들에게 뭇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뒷문이 심상치 않다. 지난 시즌 팀 승리를 든든하게 지켰던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들이 시즌 초반 전체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세이브 순위 10위 안에 들었던 대다수 마무리 투수들은 공인구 반발력 문제에 적응한 타자들의 불방망이에 난타당하고 있는데, 이는 KBO리그 2020시즌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마무리 투수들의 부진은 개인별 성적이 말해준다.
지난 시즌 세이브왕 SK 와이번스 하재훈이 대표적이다.
청백전과 연습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하재훈은 정규시즌에서도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6일 한화 이글스와 경기 5-1로 앞선 9회에 등판해 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2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4점 차의 여유 있는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표출했다.
하재훈은 지난 시즌 많은 공을 던진 여파 때문인지 구속이 줄면서 난타당하고 있다.
구속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전하는 모습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세이브 2위를 기록한 LG 트윈스 고우석도 부진하다. 그는 10일 NC 다이노스전 10-7로 앞선 9회에 등판해 1이닝 동안 피안타 2개, 1볼넷을 허용하며 1실점했다. 작년에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한화 이글스의 믿음직한 마무리 정우람은 7일 SK전에서 1⅓이닝 동안 2피안타를 허용했고, 12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선 패전투수가 됐다.
그는 KIA전 1-1로 맞선 9회 상대 팀 선두타자 프레스턴 터커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진루타와 희생플라이로 결승점을 내줬다.
kt wiz의 마무리 이대은은 올 시즌에 4차례 등판했는데, 4⅓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6피안타 6실점 평균자책점 10.38로 부진한 모습이다.
최근 두 차례 등판에선 모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24세이브를 올린 KIA 문경찬도 올해엔 평균자책점 6.00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세이브 순위 상위 10위 중 제 몫을 하는 선수는 NC 다이노스 원종현,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 정도뿐이다.
마무리투수들의 집단 부진은 타자들의 공인구 적응과 관련 있어 보인다.
타자들은 지난 시즌 공인구 반발력이 낮아지면서 장타력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투고타저 현상이 짙었다.
자신감을 가진 마무리투수들은 자기 공을 던지며 공격적으로 타자를 상대했다.
그러나 올해엔 히팅포인트(타격을 하는 지점)를 약간 앞에 두고 스윙하는 등 타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인구 반발력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지난 시즌 홈런왕 키움 박병호는 "확실히 올 시즌 타구는 지난해보다 잘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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