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커브볼러'가 된 김광현, MLB 연착륙 무기
직구·슬라이더 투피치에서 벗어나 '구속' 변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안산공고 시절 "빠른 직구와 커브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김광현은 한동안 커브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묻자 김광현은 의외의 답을 했다. 그는 "나는 고교 때 커브를 던지지 않았다. 고교 때는 힘이 없었다. 슬라이더 그립을 쥐고, 나름대로 공을 세게 던졌는데 공의 궤적이 커브처럼 날아갔다"며 "프로에 와서 던지는 슬라이더보다 낙차는 크고, 구속은 덜한 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SK 와이번스)입단 초기부터 직구·슬라이더·커브를 던지는 투수로 '오해'를 받은 덕에, 타자들이 나를 더 껄끄럽게 생각한 것 같다"며 웃었다.
고교 때 김광현이 '커브볼러'로 불린 건, 오해였다.
하지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김광현은 실제로 커브를 던진다. 꽤 자주 커브를 던져 이미 시범경기에 '직구와 슬라이더만 던지는 투피치 투수'라는 편견에서 벗어났다.
김광현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시범경기에서도 커브를 섞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김광현은 이날 3이닝 동안 2안타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4개를 잡았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와 시속 140㎞에 육박하는 슬라이더의 위력은 여전했다. 여기에 구속을 시속 120㎞ 미만까지 낮출 수 있는 커브를 섞었다.
김광현은 1회 맥스 케플러에게 초구 직구를 던진 뒤, 2구째 커브를 택했다. 빠른 공과 느린 공의 조합으로 상대를 흔들었다. 그리고 3구째 빠른 공으로 헛스윙을 끌어냈다.
2번 타자 조시 도널드슨에게는 초구에 느린 커브를 던졌다. 2구는 빠른 직구였다. 도널드슨은 김광현의 2구째 직구에 배트를 헛돌렸다. 느린 커브에 이어 날아오는 빠른 공은 구속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착시'를 만든다.
김광현은 3번 호르헤 폴랑코는 3구째 느린 커브를 던져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커브볼러' 김광현의 장점이 드러난 1회였다.
김광현은 2019년을 시작하며 "커브와 스플리터가 테마"라고 말했다. 2019년 2월 미국 플로리다 비로비치에 차린 SK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2018년까지 나는 직구, 슬라이더 비율이 각각 45% 정도였다. 다른 변화구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며 "우타자 바깥쪽을 공략하려면 체인지업 혹은 스플리터가 필요하다. 슬라이더와 확연히 구분되는 느린 공도 필요하다. 그런 구종이 커브"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2019년에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그의 지난해 구사율은 직구 39.1%, 슬라이더 37%, 투심·스플리터 14.5%, 커브 9.4%였다.
김광현은 "커브와 스플리터는 그냥 던지는 수준"이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1년 동안 꾸준히 던지면서 김광현의 커브는 꽤 날카로워졌다. 이제 김광현은 '구속 변화'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커브볼러가 됐다.
공을 들이는 스플리터 연마까지 완성하면, 김광현은 공의 방향과 구속 변화를 모두 활용하는 '포피치 투수'로 올라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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