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유희관 "잠실 만원 관중 기다려…FA는 의식 안 합니다"
22일 키움과 연습경기 5이닝 무실점…시속 86~132㎞ 구속 변화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시속 130㎞를 넘긴다고 '무리하지 말라'는 팬들도 있더라고요."
유희관(34·두산 베어스)이 특유의 유쾌한 표정으로 자신을 웃게 한 '댓글'을 소개했다.
'느린 공 투수' 유희관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파이어볼러 사이에서 살아남은 배경에는 이런 낙천적인 성격도 있다.
유희관은 22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삼진은 5개를 잡았고, 볼넷은 1개만 내줬다.
노력만으로 구속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유희관은 대신 구속을 더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이날 유희관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2㎞였다. 그나마 청백전을 할 때 최고 구속이었던 시속 131㎞보다 조금 늘어난 수치였다.
대신 유희관은 구속을 시속 86㎞까지 낮춘 커브를 섞었다.
유희관이 시속 120㎞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시속 100㎞ 미만으로 떨어지는 커브까지 느린 공, 더 느린 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자 키움 타선은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유희관은 구속이 화두에 오르자 한바탕 크게 웃은 뒤 "모든 분께서 내가 속도로 승부하는 투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않나"라며 "전체적으로 공이 좋았다. 오늘은 결과만큼이나 내용이 좋았다. 만족한다"라고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유희관의 올해 목표는 '10승 이상'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이강철(1989∼1998년, 10년 연속) kt wiz 감독과 정민철(1992∼1999년, 8년 연속) 한화 이글스 단장, 팀 선배 장원준(2008∼2017년, 8년 연속, 2012·2013년은 군 복무)에 이어 KBO리그 역대 네 번째로 8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채운다.
유희관은 "당연히 올해도 10승 이상을 거두고 싶다. 매년 내가 욕심내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성실하게 시즌을 채우다 보니, 자유계약선수(FA) 자격 획득도 눈앞에 뒀다.
유희관은 2020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유희관은 "이상할 정도로 FA가 의식되지 않는다. 정말이다"라고 강조하며 "두산에 나 포함 예비 FA가 9명이다. 예비 FA의 활약이 팀 우승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쾌하게 인터뷰하던 유희관도 텅 빈 관중석을 보며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프로야구는 5월 5일 개막하지만 당분간 관중 없이 경기를 소화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확정되지 않았던 개막이 5월 5일로 정해진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낫다"라며 "그래도 팬으로 가득 찬 잠실구장에서 야구하고 싶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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