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끝낸 키움 '원투펀치' "벚꽃 때문에 더 힘들었죠"
"시즌 준비 문제없다…다만 가족들이 걱정돼"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는 1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30구를 던진 요키시는 "다른 걸 떠나서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진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평상시라면 일상적인 훈련에 불과하겠지만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마친 그에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요키시를 포함해 제이크 브리검, 테일러 모터 등 키움의 외국인 선수 삼총사는 지난달 26일 입국했다.
하지만 팀 합류는 미뤄졌다. 세 선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타국에서 처음으로 겪는 격리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요키시는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에 갇힌 느낌"이라고 했다.
지난 10일 '감옥'에서 풀려난 세 선수는 11일 처음으로 팀 훈련에 참여했다.
모터가 11일 청백전에 투입된 데 이어 12일에는 브리검이 롱토스로 어깨를 예열했고, 요키시는 불펜 피칭에 나섰다.
훈련 뒤에 한국 취재진과 만난 요키시는 "감옥은 강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는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던 2주간이 힘든 시간이었다"며 "하지만 필요한 절차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브리검은 "요키시가 '감옥 같다'고 했는데, 감옥에 가본 적은 없지만, 가면 이런 기분이 들 것이라 생각할 정도로 답답했다"고 동의했다.
그는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절차였다. 나와서 활동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브리검은 "2주간 다른 구단 외국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책을 보고 드라마를 봤다. 3월 28일 개막에 맞춰 스프링캠프에서 몸 상태를 80%로 끌어올렸지만, 자가 격리 기간에 80%의 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한계 속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KBO 리그 경험이 있는 요키시와 브리검은 한국이 처음인 모터를 살뜰하게 챙겼다.
브리검은 "모터에게는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한국으로 오는 것만 해도 어려운 결정인데, 자가 격리라는 힘든 상황이 이어져서 안타까웠다"며 "모터에게 KBO 리그의 장점을 설명해줬다. 팬들이 열정적이고 경기도 경쟁력이 충분하기에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았으니 잘 버티라고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자가 격리 기간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일까.
요키시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며 "아파트 주변에 벚꽃이 만개해서 바깥 경치를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푸념했다.
그는 "지난해 아내가 벚꽃을 보지 못해서 올해는 꼭 보자고 약속했는데, 올해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걱정은 역시 가족이었다.
브리검은 "우리는 선수니까 시즌 준비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족을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게 안타깝다. 가족이 여기 오면 자가 격리의 시간도 필요하다. 불확실성이 가장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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