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고속 슬라이더는 김광현의 주무기다.
김광현(31)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확정, 치열한 선발 경쟁 체제에 돌입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18일(한국시각) 김광현과의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상세한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2년 연봉 8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전해지고 있다. 매년 150만 달러의 옵션까지 더하면 계약 총액은 1100만 달러.
2019시즌 KBO리그 MVP 조쉬 린드블럼이 밀워키와 3년간 912만 5000달러(약 109억원)를 보장받은 것과 비교해도 괜찮은 조건이다.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 조항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양키스 다음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많은 ‘명문’ 세인트루이스와 계약과 함께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손에 쥐면서 1차 목표인 MLB 출전은 확정한 셈이다. 이제는 김광현도 가장 바라는 선발투수로서 생존하느냐에 도전하게 된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광현은 미국에서도 인정한 슬라이더를 보유하고 있다. 공식 입단 기자회견에서 김광현을 ‘KK’라 칭한 존 모젤리악 단장은 “김광현에 대해 면밀히 스카우트를 해 왔다. 빠른 속구와 헛스윙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슬라이더를 가진 투수”라고 평가했다.
예리한 고속 슬라이더는 김광현의 주무기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 현지 언론들도 김광현 슬라이더를 조명했다. 김광현을 찾았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김광현의 슬라이더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MLB.com 등 다른 매체들도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높게 평가했다. 김광현 역시 “슬라이더는 어렸을 때부터 던졌다. 위닝샷이나 카운트 잡기 위한 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빅리그의 관문을 통과할 때, 김광현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는 매우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
모젤리악 단장 말대로 김광현의 슬라이더와 패스트볼이 조합을 이루면 위협적인 투수가 될 수 있다. 2019 KBO리그에서 패스트볼 평균 시속 147km(91.3마일)를 찍었다. MLB 투수 전체 직구 평균 구속이 93.4마일이고, 류현진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이 90.6마일이었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을 봐도 김광현이 들어갈 자리는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에이스로 떠오른 잭 플래허티나 다코타 허드슨, 베테랑 마일스 마이콜라스, 아담 웨인라이트로 선발 마운드를 구성하고 있다. 우완투수 일색이다. 류현진 영입에 관심을 뒀던 것도 이런 이유다.
이전부터 에이스 역할을 했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는 2019시즌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빠진 조던 힉스의 마무리 자리를 메웠다. 1년 더 마무리로 활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르티네스마저 우완 투수다.
우완 일색인 선발 로테이션에 김광현은 가치 있는 좌완 선발이 될 수 있다. 모젤리악 단장도 “선발투수로서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 ‘CBS스포츠’는 김광현을 5선발, 마르티네스를 풀타임 마무리로 예측했다.
슬라이더에 자신감을 보인 김광현이나 그의 슬라이더를 인정한 세인트루이스나 그의 슬라이더를 KBO리그에서 볼 수 없는 야구팬들 모두가 바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좌완 선발이다. 빅리그의 관문을 통과할 때, 김광현 특유의 고속 슬라이더는 매우 중요한 키가 될 전망이다.